'밤새도록 당신을 들락거리는 생각들/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생각들/ 당신의 천장을 쿵쿵거리는 생각들/ 당신을 미치게 하는 생각들/ 미쳐가는 당신을 조롱하는 생각들/ 당신을 침대에서 벌떡 일으키는 생각들 /당신을 고무(鼓舞)시키는 생각들 순식간에/ 당신의 고무를 무화시키는 생각들(…)백 년 이백 년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생각들/ 당신의 텅 빈 해골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가차 없는 생각들'
위 시는 황병승 시인의 '생각들' 부분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생각들의 세계는 무수한 고리들로 이어져 있지요. 생각이 낳은 생각의 연쇄적인 고리로 한 편의 시가 만들어진다면, 시는 수많은 생각들을 먹고 자라는 또 다른 '생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돌려 말하면 토씨 하나가 일으키는 생각처럼 시 또한 '불멸하다' 라는 생각.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아시나요? 생각하는 사람은 단테의 서사시 '신곡'의 지옥 편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지옥의 문 위에 걸터앉아 인간들을 내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시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지요.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는데도 도무지 놓아줄 생각이 없는 생각, 혹은 놓아 준 생각이 어디만큼 갔다가 다시 돌아와 지난밤을 간섭하기도 하는 생각.
우리가 믿지만 않으면 생각은 해롭지 않다고 해요. 고통스러운 것은 생각이 아니라 생각에 관한 집착이니까요. 바이런 게이티는 생각에 집착한다는 것은 그 생각을 그대로 믿고 알아보지 않는다는데 있다고 했죠. 그러니까 믿음이라는 것도 믿을 게 못 되어서 생각은 허공에서 나와 허공으로 돌아가지요. 생각은 머물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흰 구름처럼 지나가기 위해 오는 것, 이런 생각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보도블록에 떨어진 은행잎이나 가을바람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데에도 충분한 형이상학이 있다.' 이것이 생각의 생존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연구에 의하면 부정적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과 글 쓰는 것은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지만, 말하기나 글쓰기와 달리 생각하기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고 하네요. 자신의 경험을 글로 표현한 사람들은 우울감이 낮아졌지만, 자신의 경험을 생각한 사람들의 우울감은 높아졌다고 합니다. 예컨대 자신의 경험을 통합하거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일처리에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인류는 생각에 대해 생각해 왔는데 지금도 생각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을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이 생각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요.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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