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을 꺾고 당선돼 4년 만에 우파에서 좌파로 다시 정권이 교체됐다.
중도좌파연합 '모두의전선'의 페르난데스 후보는 2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의 개표가 94.8%가량 진행된 현재 48%를 득표 중이다. 중도우파연합 '변화를위해함께'의 후보로 연임에 도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40.5%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45% 이상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얻고 2위에 10%포인트 이상 앞서면 곧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 후 지지자들과 승리를 자축하면서 "아르헨티나는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마크리 대통령도 개표율 90%가 넘어선 후 지지자들 앞에서 대선 패배를 시인하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페르난데스 후보에게 축하를 건넸다고 말했다.
4년 전 잠시 자리를 내줬던 '페론주의'도 다시 아르헨티나 정치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페론주의는 1940년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국가사회주의 정치 이념으로,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지배해온 대표적인 사상이었다. 또 2007∼2015년 집권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4년 만에 부통령으로 다시 대통령궁에 돌아오게 됐다. 크리스티나는 대선에 직접 나서지 않고 페르난데스 후보를 내세워 중도층 지지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으며 대중적 인기가 많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좌파 정부 시절 물가가 치솟고 빈곤율이 다시 높아졌으며 경제 성장도 둔화했다. 무리한 포퓰리즘과 시장개입주의 정책이 경제를 병들게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정권의 부정부패 의혹도 잇따르면서 4년 전 대선에서 우파인 마크리 정부가 탄생했다.
그러나 마크리 정권 4년 동안에도 빈곤율은 35%까지 치솟았고, 올해 물가 상승률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60억 달러(약 65조8천억원)의 금융 지원을 받게 됨에 따라 긴축 정책이 시행돼 국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고 결국 정권이 다시 좌파로 넘어가게 됐다.
1959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부에노스아이레스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 겸 법학 교수였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인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정권에서 내각 책임자인 국무실장을 지냈다. 이들 부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페론주의자이며, 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온건 페론주의자'로 꼽힌다. 대선 과정에서 '크리스티나의 꼭두각시'로 불리기도 했지만, 집권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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