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기간 내내 자취를 감추는 등 수상한 행적으로 의혹을 키웠던 경북 청도군 '범인 없는 살인사건'(매일신문 10월 10일 자 6면)의 유일한 목격자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28일 오전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연우)의 심리로 청도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A(52) 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1심 내내 종적을 감췄던 목격자 B(56)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B씨는 "길에서 노숙하며 지내는 기간이 많아 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라며 도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B씨는 범행 당시에 대한 묘사와 증언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5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6급 장애 판정을 받은 A씨에게 피해자가 '다리 병신'이라고 하자 A씨가 곁에 있던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는 것. 그는 "순식간에 사건이 벌어졌다"며, 사건을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너무 겁이 났다"고 진술했다.
앞서 B씨는 사건 발생 후 범행도구인 흉기를 품 안에 넣고 집을 나와 집 앞에 있는 감나무에 꽂아놓고 현장을 빠져나가 의혹을 키웠다.
그러나 B씨의 증언이 이어질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였다. B씨의 기억에만 의존한 탓에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은 부분도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 혈흔이 발견된 위치 등 법의학 감정과 B씨의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다. B씨는 A씨가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장소가 거실에 있는 '침대'라고 줄곧 주장했으나 거실, 주방, 현관 등 집 여러 곳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된 이유 등은 설명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흉기를 휘두른 직후 A씨가 보인 반응과 혈흔의 면적, 세 사람이 집 안에 체류한 시간과 대화 내용 등에 대한 진술도 오락가락했다.
이날 법정에선 경찰이 촬영한 '현장검증' 동영상도 공개됐다. 현장검증 동영상은 A씨와 B씨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사건 발생 8일 뒤인 1월 29일 오후 1시쯤 A씨의 집에서 촬영됐다.
동영상에는 A씨가 흉기를 휘두른 경위나 상황을 자백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고, A씨는 B씨와 의견 교환하며 적극적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오후 2시 30분에 시작된 재판은 오후 10시가 돼서야 모두 마쳤다. 재판부는 시간을 충분히 줄 테니 사건 전반에 대해 꼼꼼하게 짚고 넘어갈 것을 주문했다. 사건을 수사한 청도경찰서 관계자들도 재판 내내 자리를 지켰다.
다음 재판 기일에는 피해자의 범죄 경력이나 통화 기록, B씨의 알코올중독에 관한 진료 기록 등이 추가 증거로 제출되고 피해자를 부검한 부검의가 증인으로 나설 전망이다.
※청도 범인없는 살인사건=지난 1월 청도군에서 지인 2명과 술을 마시던 한 50대 남성이 다음날 아침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된 사건. 당일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신 남성 2명은 서로 상대방을 범인이라고 지목하며 범행을 부인했다. 검찰은 둘 중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1심 재판부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현재까지 가해자는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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