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값어치가 떨어지고 있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렸다. 현재 기준금리는 1.25%로,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면 내년에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1.00%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경험하지 못한 저금리다. 이러한 분위기에 은행들은 예금 이자율을 덩달아 낮추고 있다. 시차를 두고 대출 금리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 고객인 개인의 셈법도 달라졌다. 변화하는 금리 상황에 맞춰 언제 어떻게 돈을 빌릴지 고민이 생긴다.
여윳돈을 어디에 넣어둘지도 판단이 쉽지 않다. 될 수 있으면 싸게 빌리고, 비싸게 맡겨둬야 하는데 안정적인 예금과 적금의 매력은 떨어지고 있다. 더 나은 수익률의 금융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크다.
문제는 지역 경제다. 금리를 낮춘 것은 투자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대와 다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자가 낮아지면 돈을 빌리기 쉽고, 이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각종 지표가 이러한 우려에 대한 설득력을 더한다. 최근 대구의 가계대출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지난 7월 기준금리 인하 뒤 증가세가 가팔라진 가운데 가계대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8월 대구의 주택담보대출은 21조원을 넘어섰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풀리는 징조로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서서히 달아오르는 중이다. 대구경북 소비자들은 향후 1년 뒤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고, 주택 매매가격도 하락에서 상승으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의 주택 매매가격지수가 지난 9월 104.4를 기록, 전달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앞서 3개월간 정체됐던 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무엇보다 아파트지수가 6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더 큰 문제는 지역의 제조업이다. 국제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함께 국내 사정도 좋지 않다. 매출과 생산이 줄고, 산업단지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미래 투자를 엿볼 수 있는 설비자금 대출 증가세도 둔화했다. 금리를 낮추는 통화 정책의 '약발'이 크게 미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조업과 같은 생산 부문의 침체는 고용 감소를 낳고, 나아가 지역 내 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금리 인하에도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부품 업종은 까다로워진 은행의 대출 심사와 어두운 매출 전망 탓에 돈 빌리기가 여의치 않다. 한국은행의 자동차 및 트레일러 업종 대출잔액이 2분기 기준으로 2017~2019년 사이 8.9% 줄었다. 현장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금리 인하로 풀린 돈이 경기 활성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지만 아쉽게도 지역 경제는 이미 2017년 하반기부터 하강기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불황기로 나아가고 있다. 금리 인하가 늦은 감이 있어서 기대하는 만큼의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실물경제 회복이 없는 통화 정책은 한계가 있다. 지역 제조업에 드리운 먹구름은 여전하다. 그래서 금리 인하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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