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란 말이 있다. 즉,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에는 Choice(선택)가 있다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상가 사르트르의 이 명제는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 하던, 강요를 받던 선택을 피할 수가 없다. 필자도 40년이라는 사회생활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해왔다. 그 중에는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 그런데 그것은 지나봐야만 알 수가 있다.
30대 중반에 어떤 제안을 받는다. 한 때 직장이기도 했던 회사에서 "이제 나이도 있고 물려줄 자식도 없으니 자네가 들어와 일을 하다가 회사를 물려받으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당시 하고 있던 일도 그리 잘 되는 편이 아니었고 오너의 나이도 예순이 다 되어, 오래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승낙을 하였다. 직책은 상무였지만 경리업무 외에는 영업, 제작, 시공 등 제반업무 총괄책임자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쇠락해 가던 회사는 빠르게 체계가 잡히고 활기를 찾았다. 매출이 증가하고 직원 수도 늘었다. 거래하던 기업체의 CI(기업이미지 통합) 교체 작업으로 대형오더까지 받는다.
죽어가던 회사가 커지니 오너는 욕심이 생겼다. 오히려 견제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인척인 사람을 데려와 앉히기도 했다. 뒤늦게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오너와 나는 애시 당초 모순적 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그 고약한 이율배반적 구조를 알았다면 그 제안을 거절했어야만 했던 것이다. 떠밀리듯 퇴사를 하고 생소한 분야의 일을 하다가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는다. 나락이었다. 나이 마흔에 슬럼프를 맞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무엇보다도 내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회의와 인간에 대한 믿음의 상실감이 가장 큰 상처였다.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과연 요즘 내가 그런 입장에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상상을 해 본다. 누구나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초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란 건 다시 벌 수 있지만 사람은 잃으면 끝이다. 실제로 그 일이 있고부터는 소원해지고 말았다.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함께 하며 한때는 부자간처럼 친밀하게 지냈었는데 말이다.
세월은 많이 흘렀다.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결과적으로 그 때의 좌절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러나 제안을 받아들였던 그 선택은 아직도 많이 후회하고 있다. 법적 구속력도 없는 구두약속을 믿고 덥석 뛰어든, 불찰의 어리석음이 결국 상대방에게 그런 마음을 먹도록 한 것이다. 빌미를 제공한 것은 나 자신이었으니 어찌 보면 귀책사유도 나에게 있다고 봐야한다. 비즈니스에서는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고 철저하게 따져보고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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