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개발에 내몰린 철거민, 최소한 몸 둘 곳은 있어야 맞지 않나

대구 곳곳에서 주거환경 개선 명목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강제로 쫓겨나는 세입 이주민들이 속출하지만 대구시는 대책 마련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 주거 취약계층은 개발에 따른 법적·제도적 보호가 없고 이주비 보상도 받지 못하기 일쑤다. 심지어 가재 도구마저 용역업체에 빼앗기는 불이익이 돌아오고 최소한의 머물 공간조차 구하지 못해 길에 나앉는 현실에서 올겨울을 맞게 됐다.

현재 대구의 도시정비사업은 228건에 이를 만큼 동시다발이다. 특히 입주민이 사업지 개발로 주거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정비사업의 마무리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만 28건이다. 이들 사업지 세입자에게 남은 선택은 강제로 쫓겨나거나 이주하는 길뿐이다. 무엇보다 개발 사업은 소유자의 소유권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세입자 보호 장치는 없는 셈이다. 2년의 계약기간이 지나면 집주인은 재계약 거부 또는 이주비 보상이 없는 독소 조항을 넣은 계약을 요구하는 탓에 사실상 세입자는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처럼 유례없는 대구 도심 곳곳의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사업이 소유권자에게는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과 수익성 보장 수단이겠지만 세입자로서는 생존의 위협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민간 차원에서의 이런 사업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책없이 쫓겨날 수밖에 없는 주거 취약계층인 숱한 세입자의 고통을 외면할 수는 더욱 없는 일이다. 더구나 계속될 도시정비사업을 고려하면 철거 세입 이주민 대책은 꼭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을 맞아 대구시청 앞에서 벌어진 시민사회단체 시위에서 철거 세입자 등에 대한 대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시민의 안정적인 삶을 책임진 대구시가 더 이상 이들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대구시가 먼저 이런 사업의 인허가권을 쥔 만큼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대책 마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등도 시작 단계에서부터 세입자를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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