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32 도심 빈터에 지자체 공공텃밭 조성하자

도심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낙후 주택지 내 빈집을 자치단체차원의 '작은텃밭'으로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습은 텃밭이지만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마당'과 같은 기능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옛 시골집의 '마당'은 집주인의 사적인 공간이지만 다소간 '공적'이 느낌이 있어 이웃 사람이 들어와도 '내 공간을 침해당했다'는 느낌이 적은 공간이었다.

도심 빈터에 공공텃밭을 조성하자고 제언하는 사람들은 "도심의 낙후 주택지 내 빈집을 텃밭으로 조성할 경우 인근 주민들이 교류하고, 여가 활동을 즐기며, 가벼운 일거리로 건강을 지키고, 신선한 채소도 얻을 수 있는 '마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한다.

도심 주택지 빈 집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매입해 주민을 위한 '작은 텃밭'으로 조성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예산문제로 어렵다면, 재개발 과정에서 일정기간 동안이라도 지자체가 보증하는 '공공텃밭'으로 조성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한 예로 대구시 중구청은 관내 주택지 빈터 몇 곳을 소유인으로부터 무상임대 받아 주민소통을 위한 임시텃밭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구시 남구 이천동 도심 주택지 빈터에 조성된 텃밭. (드론 촬영)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시 남구 이천동 도심 주택지 빈터에 조성된 텃밭. (드론 촬영)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 낙후 주택지에 텃밭광장을

대구시 수성구에 거주하는 염현미씨는 "요즘 도시 골목은 옛 골목과는 정서가 많이 다르다. 같은 골목 안에 거주한다고 해서 서로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서로 잘 모르고, 어울리지 않으니 골목문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도심 주택지 안 빈터에 공공텃밭을 조성하면 이웃이 생겨나고, 골목문화가 싹 틀 것"이라고 말한다.

대구시 남구 이천동 도심 주택지에 조성된 텃밭.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시 남구 이천동 도심 주택지에 조성된 텃밭.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그는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은 광장이 많고, 광장에서 다양한 공연예술이 펼쳐진다. 그에 반해 우리는 도심 주택가에 광장이 거의 없다. 인위적으로 광장을 만들고 축제나 행사를 펼치자면 많은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광장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방치하면 우범지대로 변할 수도 있다. 도심 주택지나 작은 빈터마다 텃밭을 조성하면 골목문화와 건강, 환경, 도시미관 등에서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한다.

◇ 생활을 자연순환 체계 안으로

주택지 빈터를 활용, 도시인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농사를 지음으로써 '푸드마일리지'와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도시생활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줄이거나 재활용 할 수 있다는 점도 도심주택지 내 작은텃밭의 장점이다.

대구시 중구청이 소유자로부터 무상임대해 지역 주민들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조성한 임시텃밭. 대구시 중구 성내2동 소재. 조두진 기자
대구시 중구청이 소유자로부터 무상임대해 지역 주민들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조성한 임시텃밭. 대구시 중구 성내2동 소재. 조두진 기자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먹을거리를 생산하게 되면 도시인들의 소비 생활을 자연의 선순환 구조로 끌어넣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도심의 유휴 공간을 생산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빗물을 이용하고, 음식물 찌꺼기와 커피 찌꺼기, 식용유 찌꺼기 등 가정에서 나오는 유기물을 퇴비나 천연농약으로 만들어 자연순환의 일부로 편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위원은 나아가 "텃밭 가꾸기를 통해 생태, 환경, 교육, 경제. 기부 등 다양한 사회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아스팔트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흙과 관계를 복원시켜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더해 도심 속 텃밭농사는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에게는 삶의 의미와 재미를 선사한다. 햇볕을 쬐면서 몸에 부담이 없는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

◇ 도시농업이 도심재생 역할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은 "큰길가에는 상점이 많고, 사람들 왕래도 많아 거리에 활력이 넘친다. 하지만 골목 안쪽은 비어 있을 경우 쓰레기가 뒹굴어 미관상 좋지 않고, 안전사고 위험도 있다. 본격 재개발 사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정기간이라도 급수시설, 농기구 창고 등이 딸린 공공텃밭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골목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낙후지역 도심재생이라고 해서 꼭 벽화를 그리거나 이색가게, 문화시설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도시농업이 도심재생사업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홍 국장은 "대구시는 골목환경과 문화개선사업 일환으로 담 허물기와 정원조성, 게릴라 정원, 도심 담에 담쟁이 덩굴심기 등을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이 '게릴라'라는 말에서 잠시 조성되었다가 철거되는 정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건물 옆이나 쓰레기가 쌓인 공터 등을 거의 영구적인 정원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그러나 "재개발 과정에서 시간차로 텃밭을 조성할 경우 3년 이상 기간을 보장할 수 있어야 대구시에서 관수시설, 창고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고가도로 하부 활용, 도시재생사업 차원의 빈집 터 활용 등에 대해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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