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달성군 출신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서양화가 곽인식(1919~1988)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지난 9월 15일까지 개최된 국립현대미술관의 곽인식 전시의 순회전을 이어받아 대구에서 처음으로 '탄생 100주년 기념:곽인식'전을 펼치고, 작가의 작업세계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작품 200여점과 자료 10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곽인식은 일본미술에서 물질의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물성(物性)을 탐구했던 작가로 1937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미술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선구적 작업세계를 전개했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그는 1942년 귀국 후 대구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다시 일본으로 가 50여 회의 개인전을 갖는 등 작품 활동에 몰두하면서 유리, 놋쇠, 종이 등 다양한 소재를 실험하며 시대를 앞선 작업을 보여주었다. 현대미술에서 물성과 관련하여 서구에서는 1960년대 '아르테 포베라'가 있다. 아르테 포베라는 '가난한 미술'이란 뜻으로 1960년대 중반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전위적 미술운동으로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삶의 문맥에서 예술을 바라보게 하였다. 이 운동은 과정미술, 개념미술, 환경미술 등과 맥을 같이 하며 국제적인 운동으로 확산됐다.
또 일본에서는 1970년대 '모노하'(物波)가 국제적 흐름에 호응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곽인식의 작품은 이들보다 훨씬 앞선 것이었다. 이로 인해 자연히 곽인식은 1960년대 초반부터 사물과 자연이 근원적 형태인 '점, 선, 원'에 주목해 물질을 탐구했으며 일본 모노하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대구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곽인식의 작품세계를 193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말까지 세 단계로 나눠 조망하고 있다.
첫 단계(1937년~1950년대 말)로 '현실 인식과 모색'에서는 초기작 '인물' '모던걸' '긴머리 소녀'와 패전 후 일본의 불안한 현실을 반영한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 1955'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인물(남)'은 음영의 대조가 돋보이는 초기작이며 '모던걸'은 기하학적 요소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작가는 이 시기에 1950년대 패전 후 일본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신체가 왜곡되어 눈알이 강조되거나 손발 같은 특정 부위가 지나치게 과장된 초현실적 경향의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런 작품들이 보여주는 물질감과 원색은 이후 모노크롬(단색) 회화에서도 나타난다.
두 번째 단계(1960년대~1975년)인 '균열과 봉합'에서는 작가가 본격적으로 사물의 물성을 탐구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는 이 시기에 원색의 물감에 석고를 발라 두터운 질감을 표현한 모노크롬 회화로부터 캔버스에 바둑알, 철사, 유리병, 전구 등과 같은 오브제를 붙이고, 이후 유리, 놋쇠, 철, 종이 등 재료 자체에 주목한 작업을 전개해 나간다. 특히 그의 작품 행위 중 분수령이 된 깨뜨린 유리를 붙여 지울 수 없는 흔적을 제시한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그는 당시 좌우익의 대립과 분단이라는 시대적 난관을 '균열'로 인식하고 '봉합'으로 극복하려는 태도와 의지를 작품 속에 반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단계(1976~1988)인 '사물에서 표면으로'에서는 돌, 도끼, 나무, 종이에 먹을 활용한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1976년 이후 작가는 강에서 가져온 돌을 쪼개 다시 자연석과 붙이거나 손자국을 남긴 점토를 만들고, 나무를 태워 만든 먹을 다시 나무 표면에 칠하는 등 인간의 행위와 자연물을 합치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후기에는 붓으로 종이에 무수히 많은 색점을 찍어 종이 표면 위에 공간감을 형성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곽인식의 조수였던 우에다 유조(갤러리 Q대표), 후배인 최재은을 비롯해 박서보 김구림 곽훈 김복영 등 작가와 평론가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와 한국미술계와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전시는 12월 22일(일)까지. 문의 053)803-7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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