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란 훈령은 시대착오적 독재 회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도 시도하지 못했던 언론 통제가 목적이니 그렇다. 뭐가 두려워 이렇게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국내외 독재정권들이 연명(延命)을 위해 몸부림칠 때 보여준 말기적 증상을 보는 듯하다.
'훈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소조항으로 채워져 있다. 심각한 오보(誤報)를 낸 기자의 검찰청 출입 제한부터 그렇다. '심각한'이 어떤 정도인지, 오보의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보 여부를 누가 판단하는지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법무부가 '심각한 오보'라고 찍으면 그만이란 얘기다. 법률 위에 올라서겠다는 소리 아닌가.
오보인지 아닌지는 언론중재위원회나 명예훼손 소송 등 제도적·법적 절차를 거쳐야 확정된다. 이 나라에서 그 누구도, 심지어 대통령도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언론 보도의 당사자가 오보 판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 '훈령'은 그렇게 하겠다는 소리다. 누가 그런 권한을 줬나? 오보 딱지를 붙였지만, 나중에 '진실 보도'로 드러나면 어떻게 하나? 민주화로 가는 데 큰 이정표를 세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보도가 바로 그렇지 않았나.
기자가 검사·수사관 등을 일체 만날 수 없고 공보 담당자를 통해 공보자료만 보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취재하는 기자가 아니라 적어준 대로 옮기는 필경사가 되라는 것이다. 언론을 정부 홍보기구로 격하시키는 반민주적 발상이다. 북한 기자들이나 그렇게 한다.
훈령은 이달을 준비 기간으로 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을 감안하면 시행 시기를 이렇게 잡은 것은 조 전 장관을 첫 수혜자로 만들려는 계산이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이런 의심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조 전 장관, 나아가 현 정권 핵심부의 치부가 심각할 것이란 또 다른 의심을 낳는다. 억울한가? 그렇다면 '훈령'을 즉각 폐기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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