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밤 독도 헬기 추락 사고는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일어났다.
헬기는 독도에서 이륙하고 불과 2분여만에 환자와 보호자를 태운 채 어둠이 깔린 겨울 바다 속으로 빨려들 듯 추락했다.
당시 사고를 신고한 독도경비대장은 "이륙하자마자 고도가 점점 떨어졌다. 불과 몇백미터 가지 못해 헬기가 추락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오후 9시쯤 경북소방본부에 긴급한 구조요청이 전해졌다.
독도 인근에서 홍게잡이 조업 중이던 D호(9.77t)에서 선원 윤모(50)씨가 손가락이 잘려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였다.
경북소방본부는 러시아 쿠메르타우사의 KA-32T와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AS-365N3 등 2종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모델인 KA-32T는 야간비행을 할 수 없으며 AS-365N3는 올해 말까지 정비가 진행 중이다.
경북소방본부는 도움을 요청해 중앙119구조본부가 소유하고 있던 EC225 헬기를 출동시키기로 했다.
EC225 헬기는 대구 달성군 구지면 중앙119구조본부에서 기장 김모(46)씨, 부기장 이모(39)씨, 정비사 서모(45)씨, 구급대원 배모(31)씨, 구조대원 박모(29) 등 5명을 태우고 약 30분 후인 오후 9시 33분쯤 이륙했다.
약 300km를 날아 오후 10시 50분쯤 먼저 울릉도에 도착한 EC225 헬기는 주유를 위해 7분여간 머문 뒤 곧바로 환자를 태우기 위해 독도 헬기장으로 향했다.
헬기가 독도에 도착한 시간은 신고 접수 후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22분쯤.
환자 윤씨와 함께 같은 배를 타고 있던 보호자 박모(46)씨까지 도합 7명을 태운 헬기는 이날 오후 11시 27분쯤 독도를 떠나 대구 두류야구장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윤씨는 대기 중이던 응급구조차량에 옮겨져 대구의 수지접합 전문 병원인 W병원으로 후송돼야 했다.
그러나 헬기는 독도 이륙 불과 2분만인 이날 오후 11시 26분쯤 고작 200~300m를 나르고는 바다로 곤두박질쳤다.
환자 후송을 도왔던 독도경비대원들이 미처 발걸음을 돌릴 새도 없이 벌어진 참사였다.
독도경비대의 신고에 의해 헬기 사고는 곧바로 해양경찰과 소방본부에 전해졌다.
신고 후 독도경비대가 자체 보트로 사고 현장에 접근했지만, 워낙 어두운 바다에서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무리였다.
소방당국과 해경 역시 1일 오전 12시 5분부터 현장에 함정과 헬기 13대를 급파했지만 별소득이 없었다.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현재까지 27대의 함정과 수색대원 522명, 잠수요원 30여명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오후 1시 40분쯤 사고 추정 지점 72m 아래에서 헬기 동체를 발견했고, 이어 동체 안에서서 당시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1구가 발견됐다.
동해해양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열린 브리핑에서 "해양경찰 중앙특수구조단 잠수 인력 3명이 오후 1시 35분부터 2시 25분까지 독도 남쪽방향 약 600m에서 소방헬기 동체에서 발신된 신호를 발견했다"면서 "심해 구조가 가능한 해군 잠수 구조함이 도착하는 오후 5시 40분쯤 즉시 수중 구조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다른 탑승객들의 위치는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해경은 "헬기 안에 있거나 근처에 있다면 의외로 발견이 쉽지만 만약 조류에 흘러갔다면 최소한 2~3일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해경과 소방당국은 지금까지 투입된 인원 외에도 중앙안전본부와 해군의 지원을 받아 수색인원을 계속 늘릴 예정이다.
갑작스런 추락 사고 원인에 대해 현재 기체결함 및 기상악화 등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확한 규명은 기체 회수 후 블랙박스 및 보이스레코드 분석이 이뤄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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