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 등 7명이 탑승한 소방헬기가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기기결함·기상상황 등 사고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밤 추락한 사고헬기는 2016년 3월 도입된 프랑스 유로콥터사(현 에어버스헬리콥터스)의 슈퍼퓨마(SUPERPUMA) EC-225 기종으로 최대 28명이 탑승할 수 있는 대형기종이다.
인명구조와 산불진화, 응급환자 이송 등에 주로 이용되고 있으며 야간비행용 투시경 등을 갖춰 야간에도 운용할 수 있다.
지난 6월 말까지 690차례가량 운항했다.
하지만 전날 독도 인근해상에서 추락하면서 사고 원인으로 기기결함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실제 이 기종의 헬기가 2016년 4월 노르웨이 해상을 지나다 주 회전날개가 본체에서 떨어져나가 추락하는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탑승자 13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유럽항공안전청에서는 같은 해 6월 해당 기종 헬기의 운항금지 조치를 내리고 사고 원인이 된 기어박스 부품 개선 작업을 지시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노르웨이 사고 한 달 전인 2016년 3월에 도입돼 중앙119구조본부 영남항공대에 배치됐다. 지난 2월에는 같은 회사가 만든 다른 기종인 AS365-N3 헬기가 경남 합천댐 인근에서 훈련 중 추락한 바 있다.
사고 헬기는 최근까지 점검을 받은 사실도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9월 23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제작사인 에어버스사가 자동회전축을 정비했다. 이와 관련, '주기어장치 사용 1천 시간이 넘어 의무 정비를 한 것이며 시험비행으로 안전을 확인했다'는 게 소방당국의 입장이다.
독도 주변의 기상상황도 사고 원인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 사이 '골바람'이 강하게 불 경우 이륙 직후 헬기 운항의 안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경찰청 항공대 관계자는 "40차례 넘게 독도에 갔었는데 독도에서 이륙하기 전에는 항상 골바람을 확인한다"면서 "헬기는 바람의 영향이 큰 만큼 독도 골바람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면 이륙 직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도 주변 해역은 사고 당시 초속 10~12m 안팎의 바람이 불고 있었고 남쪽으로 이륙하던 헬기는 이륙 후 인근 200~300m 해상에 추락하기까지 2분도 안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헬기에 블랙박스와 보이스 레코더(음성기록장치) 장비가 있었던 만큼 동체가 발견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사고원인 파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EC-255 기종은 사고 헬기를 포함해 국내에 2대가 있다. 2008년에 먼저 도입된 동일 기종의 다른 한 대는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항공대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동종 헬기의 안전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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