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악' 軍소음법…"보상 금액 줄고 지역 개발도 저해"

주민 염원이던 소음법 국회 본회의 통과됐는데…입장은 엇갈려
정치권 "소송 없이 보상 길 열려… 주민 숙원 해결"
시민단체 "배상금액 줄고 규제 심해져 지역개발 저해"

대구국제공항에 민항기가 계류 중인 가운데 공군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국제공항에 민항기가 계류 중인 가운데 공군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 동구에 마련된 한 소음피해소송 접수처. 구민수 기자

군용기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민사소송 없이 피해를 보상받을 길을 열어준 일명 '군 소음법'을 두고 정치권과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오랜 전투기 소음에 시달려온 대구 동구를 중심으로 지역 정치권은 일제히 '쾌거'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정작 시민단체를 포함한 지역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는 것.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군용 비행장·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군 소음법)이 통과되면서 주민들은 앞으로 같은 소송 없이 거주기간과 영향도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대구 동구 등 군 소음 피해지역 주민들은 국가(국방부)를 상대로 3년마다 민사소송을 반복해야 배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법률사무소만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군 소음법' 제정을 요구해왔던 지역 시민단체는 오히려 '악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애초 주민들이 요구해왔던 특별법안과 달리 이번 법안은 보상금액이 줄고 부동산 규제가 심해지는 등 지역개발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비행공해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이번 법은 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은 악법으로, 즉시 폐지하고 현실적 보상이 가능한 특별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번 법은 변호사 수수료 문제를 부각시켜 배상금액을 10년 전 확정된 액수보다 더 낮게 정했다. 이는 현재 민사소송으로 받는 금액보다 21.4%나 감액된 수준"이라며 "가해 당사자인 행정부가 보상금액을 결정하고, 대신 주민들은 실수로 약간의 보상금이라도 부당수령하면 중벌에 처해진다"고 지적했다.

양승대 비행공해대책위원장은 "지난 8월 위원장 대안법으로 이번 법안이 발의됐고, 부당성을 알리고 가두서명 등 부결 활동을 벌였지만 졸속으로 의결됐다"면서 "20년간 특별법 지정을 요구해왔지만 무산돼 오다, 이번 법 통과로 오히려 더 많은 불이익만 감수하게 됐다. 피해 주민을 두 번 죽이는 악법을 즉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동구에 마련된 한 소음피해소송 접수처. 구민수 기자

이에 대해 법조계는 소음법이 제정되더라도 기존 소음 피해 소송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대구지법에 따르면 올해 접수된 공항소음 사건은 모두 27건(원고 수 7만5천여명)으로, 이 가운데 3건이 종국처리(화해권고)됐고 24건이 진행 중이다.

특히 법조계는 '보상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상액수가 소송을 통해 받아낸 배상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기존처럼 법정 소송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대구 한 변호사는 "법 제정은 환영할 일이지만 보상액수가 배상액에 못 미친다면 소음법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