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상주시의 잇따른 악재, 자존감 회복의 전기로

삼백(三白)의 고장 상주(尙州)가 수난의 시대를 겪고 있다. 선거법 위반에 따른 현직 시장의 낙마라는 충격적인 소식에다 한국타이어와 오랜 소송전 끝에 돌아온 씁쓸한 승소,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명예를 실추시키고 주민 실망을 증폭시키는 잇단 악재로 상주 지역사회 전체가 위축된 가운데 침통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란 원심 판결을 확정함에 따라 황천모 시장이 시장직을 상실한 것은 시민들에게 전례 없는 커다란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시정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지역 현안 사업에 차질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공직사회 기강 이완과 내년 총선과 더불어 시장 재선거를 앞둔 정치적 혼란마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5년 넘게 끌어온 상주시와 한국타이어 간 소송전도 그렇다. 한국타이어에 2천5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주행시험장과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속해 놓고 시장이 바뀌면서 착공한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비롯된 일이다. 양해각서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상주시가 겨우 승소를 했지만, 산업단지 유치 무산과 지역 신뢰도 실추라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떠안았다.

귀중한 겨레의 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취득 경위와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정다툼도 벌어졌다. 상주본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황이지만, 이를 은닉한 것으로 알려진 상주 사람이 1천억원의 보상을 요구하며 국가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한글날에는 고교생들까지 나서서 상주본 국민반환을 촉구했다.

이 같은 불명예스럽고 비실리적인 사안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상주 지역민들의 낭패감과 불신감도 누적되고 있는 형국이다. 내로라하는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 하나같이 법정시비에 휘말린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그러나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상주는 고려시대부터 경상도(慶尙道)라는 행정구역 명칭에 상주의 이름 첫 자를 차용했을 만큼 오랜 역사적 고장이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사회의 자발적인 기강 유지와 주민들의 애향심 결집으로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상주의 저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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