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대스타 꿈꾸는 자이언트 펭귄
캐릭터 인기에 제작사 EBS도 놀라
많은 돈'기술 없이도 탄생한 펭수
그런 콘텐츠 만드는 건 우리의 몫
요즘 '펭수'가 대세다. 검색창에 '펭'을 치면 펭귄보다, 페이스북보다 '펭수'가 먼저 뜬다. 한마디로 '핫'하다는 이야기다. 제작사인 EBS조차 이만큼 잘 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부랴부랴 연말까지 '굿즈'를 내놓겠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잠시 펭수에 대해 알아보자.
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 펭수는 '자이언트 펭 TV'의 주인공 캐릭터, 우주 대스타를 꿈꾸는 펭귄이다. 올해 10살, 키 2m10㎝, 그래서 자이언트 펭귄이다. 남극에서 한국까지 헤엄쳐 왔다고 한다. 방송국 소품실 한 구석에서 먹고 자며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등 7개 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하는 EBS 연습생, 준비된 글로벌 스타이기도 하다. 당연히 모국어는 펭귄 말이다. 랩도 하고 비트박스도 조금 하며 심지어 프레디 머큐리처럼 록도 한다. 오는 길엔 스위스에 들러 요들송도 마스터했단다.
지난 4월 초, 첫 이야기가 전파를 탔고 9월에 방영된 이육대(EBS아이돌육상대회) 편이 온라인상에서 히트를 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새옹지마라고, 인기가 올라가자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됐다. 펭수가 펭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즉 카메라가 켜져 있을 때만 펭귄인 척하는 게 아니냐는 거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뽀로로'가 펭귄을 꼭 닮은 것에 비해 펭수는 너무 인간을 닮았다며 꼬집었다. 의혹이 점점 커지자 EBS 측은 자이언트 펭 TV, '펭수가 알고 싶다' 편을 긴급 편성했다.
방송을 보면 EBS 취재진이 하루 종일 펭수를 따라다닌다. 그러다 급기야 "당신은 펭귄이 맞습니까?"라며 차마 못할 질문을 날린다. 하지만 펭수는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면 기자님은 사람이 맞습니까?"라고 되받는다. 고향 남극에서 부모 펭귄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줘도 취재진이 영 못 믿겠단 눈치를 보이자 결국 동물병원을 찾아 엑스레이 사진까지 찍는다. 그리고 99.99% 펭귄이라는 수의사의 판정이 있고서야 사태가 일단락된다. 전혀 객관적이지 않았지만, 그리고 말도 안 되게 엉성했지만 이 검증과정을 지켜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어떤 이는 잠시나마 펭수의 정체를 의심했던 나를 용서하라며 EBS 만세를 외쳤고, 또 어떤 네티즌은 탈을 썼든 그 안에 누가 있든 펭수는 펭수일 뿐이라는 말로 격정을 토했다. 그러자 다른 네티즌들이 '펭수는 펭수다'에 울컥했다며 지지와 공감을 표했고, 이로써 펭수의 정체성 논란은 끝이 났다. 펭수는 자신이 펭귄임을 믿어 달라 했고 팬들은 그러기로 했다.
이젠 누구라도 펭수를 보고 탈 속에 있는 사람이 궁금하다거나 고생이 참 많겠다고 하면 그야말로 물색없는 사람으로 몰리기 딱 좋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세칭 전문가들은 제각각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B급 캐릭터의 새로운 전성시대가 왔다고도 하고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도발적 캐릭터가 대중에게 어필했다고도 한다. 넌버벌(non-verbal)이 아니라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우리가, 특히 서울 아닌 지역의 사람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돌아보면 '마시마로' '뿌까', 강남스타일, K팝이 그랬듯 새로운 기술은 늘 새로운 기회를 가져왔다. 펭수도 마찬가지다. 우주 대스타로 목표를 상향 조정하기 전까진 꿈이 최고의 크리에이터였던 것처럼 정규 방송에 앞서 유튜브 채널 '펭 TV'를 먼저 오픈했다. 즉 새로운 기회, 새로운 플랫폼을 작정하고 겨냥했던 것이다.
하나 더, 펭수는 돈이 아주 많이 드는 것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무엇보다 서울이라야만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다, 다만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통칭되는 문화적 맥락을 제대로 꿰뚫고 있을 뿐이다. 사실, 산업으로서의 캐릭터는 늙지 않고 죽지 않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펭수를 100% 캐릭터로 보기엔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표방하는 터라 예기치 못한 실수나 돌발 상황에 쉽게 노출될 수 있고 생각보다 빨리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펭수는 지금 잘나간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어른들의 뽀로로'가 되었다.
문화산업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고 말한 지도 십수 년이 지났다. 펭수에서 보듯 기회는 늘 있다. 그걸 잡는 건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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