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악취 탓에 74명이 구토나 두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실려가는 등 홍역(매일신문 9월 3일 자 1·6면)을 치렀던 대구 경상여고. 하지만 사고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악취의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은 다음 주 3차 회의를 열고 이달 중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애초 합조단 사고 18일 후에야 꾸려져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4일 다시 찾은 학교 운동장의 풍경은 겉으로는 두 달 전 발생한 그날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진 듯 평온한 모습이었다. 다만 지난달 25일 북구청이 학교 건물 옥상에 설치한 악취측정기가 등장한 것이 달라진 점이다. 실시간 악취 자동 측정값과 함께 풍속·풍향 등의 정보를 구청 시스템으로 전송하는 설비다.
2학년 A양은 "처음 악취가 발생한 뒤 앞으로 원인 조사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설명해줬지만, 그 이후론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다. 운동장을 걷던 3학년 B양은 "어제 저녁에도 이상한 냄새를 맡아 약간 어지럼증을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악취 원인을 찾고 있는 합조단은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차 회의에서 조사단은 3공단 등 학교 외부에서 원인을 찾다가 실패하자, 학교 내부의 환기 시스템 결함 여부를 재조사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2017년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원인 규명을 가리지 못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 합조단은 사고 당시 입원했던 학생들의 의료 기록을 확보해 개개인에 따른 질병 연관성을 분석하는 작업을 추가 진행 중이다.
합조단 내부에서조차 사고 원인 규명은 애초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행정당국은 경상여고 악취 사고의 원인을 가스 누출로 봤다가 뒤늦게 대기오염 탓으로 판단하면서 합조단 구성이 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와 대구환경청, 대구시교육청, 북구청 등 관계 기관이 지휘체계를 빠르게 결정하지 못한 것도 합조단 발족을 늦어지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대구시는 합조단 위원들에게 조사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지 말라는 보안서약서를 받아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조사 과정 중에 여러 말이 나오면 조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선택한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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