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대발표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IS의 수괴, 알 바그다디를 제거했다는 소식은 미국 공화당에만 기쁜 소식이 된 것처럼 보였다. 온라인 검색량에선 뜨뜨미지근한 반응이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알 바그다디 사망과 동시에 어쨌거나, '죽음'과 관련한 키워드가 많이 검색된 한 주였다. '핼러윈(Halloween)'이라는 이벤트도 한 몫했다. 지난 주 출시가 예고돼 압도적 검색량을 자랑한 게임의 이름마저 '디아블로'였다. 파괴, 멸망 따위의 단어와 직결되는 '악마'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핼러윈

기원전 5세기경 시작된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하인(Samhain, 영국식 발음으로는 '서우인'으로 들린다.) 축제가 26세기에 걸쳐 이어질 줄 켈트족도 알고 있었을까. 그것도 전세계적인 이벤트가 될 줄은. 우리에게도 그들의 풍습이, 핼러윈이든 할로윈이든, 엄연한 기념일 같은 축제가 돼버렸다. 달력에 인쇄돼 있지 않을 뿐. 온라인에서는 핼러윈(10월 31일)을 검색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유래는 액막이와 비슷했다. 켈트족의 새해는 11월 1일 시작됐다. 그들은 연말인 10월 31일 죽은 자들이 머물 육신을 선택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죽은 자들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귀신처럼 분장했다고 한다. 이게 정설이다.

또 다른 설로는 마녀가 아이들을 잡아먹으러 집집마다 들르는데 아이를 닮은 과자를 구워 내줬더니 마녀가 진짜 아이인줄 알고 과자만 받아챙겨 그냥 가버렸다는 게 있다. 미국 폭스TV의 장수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는 이렇게 묘사된다. 웃자고 만들어낸 얘기인 건 알겠지만 어린이 눈높이에는 이게 적당해 보인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날 밤이면 마녀, 유령, 해골 등으로 귀엽게 분장한 아이들이 동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곤 "trick or treat(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이라 외친다. 그럼 대개의 이웃 어른들은 초콜릿이나 사탕, 과자 등을 내어준다.

국내에서도 아이들에게 먹을거리를 나눠주는 미풍양속처럼 스며들어왔다. 제과업체 좋고, 어린이들 좋은 날이다. 그런데 점점 기념일처럼 변해간다. 아이들은 단오가 무슨 날인지 몰라도 핼러윈은 안다. 과자와 사탕의 힘이다.
빼빼로데이(11월 11일)가 기념일이 돼버린 것과 흡사하다. 일부 젊은 층에서는 핼러윈을 '독특한 패션으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만남의 기회를 이어가는 날'로 여기기도 한다. 특이한 기념일이다.
◆고양이의 날, 죽은 자들의 날
미국에서는 특이한 기념일인 탓에 검색이 몰렸던 키워드가 있다. 10월 29일은 미국의 'National Cat Day'였다. 집 없는 고양이를 기리는 날이다. 통상 '세계 고양이의 날'로 번역되기도 하는 이 날은 8월 8일로 알려져 있으나 미국에서는 10월 29일로 친다.

우리나라에도 '한국고양이의 날'이 따로 있다. 2009년 만들었다. '냥냥절'이라고도 한다. 의료계에서 '귀의 날'로 선점한 9월 9일로 삼았다. 고양이 전문 출판업체 '냐옹서가'의 대표 고경원 씨가 제안했다.
고양이 목숨이 9개라는 민간의 설, 길고양이가 건강하고 오래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랠 구(久)'자의 음을 따 9월 9일이 됐다고 한다.

'Day of the Dead'도 주요 검색어에 올랐다. 멕시코에는 '죽은 자들의 날(El Día de Los Muertos)'이 있다. 사흘간(10월 31일~11월 2일) 이어지는 연휴다. 특이한 기념일이라기보다 명절에 가깝다. 멕시코 원주민 공동체 풍속에서 왔다. 우리의 추석과 비슷하다고 한다. 죽은 가족과 친구들을 기억하고, 산 자들의 번영을 기원하는 제를 올린다.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택견, 씨름, 매사냥을 비롯해 20개 유산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하필 핼러윈(10월 31일)과 겹친다. 점점 축제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죽은 자들의 날'에 맞춰 제품군을 출시하기도 한다. 핼러윈과 비슷한 건 먹을거리다. 설탕, 초콜릿 등으로 해골 조형물과 뼈 모양 사탕 등을 만든 뒤 망자의 이름을 적어 제단에 올린다고 한다. 멕시코계가 많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검색량이 폭발한 이유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이날을 기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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