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기장 이종후 씨 가족 "손주 생일상 카톡이 마지막 대화라니"

유족들 "지나친 통제…과연 누구위한거냐" 분통 터뜨리기도

3일 오후 독도 해상 헬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실종자 시신이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3일 오후 독도 해상 헬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실종자 시신이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고 2남1녀를 키웠는데 이제 아들 둘을 다 잃었습니다. 4년 전 암투병 끝에 막내아들이 세상을 떠나며 장남 종후를 더 각별하게 아꼈는데…"

3일 시신으로 돌아온 독도 헬기 추락사고의 이종후(39) 부기장은 사고 며칠 전인 지난달 28일 아들의 8살 생일상을 차린 사진을 부모님과 소식을 나누는 가족 단체채팅방에 올렸다.

이 씨의 어머니 김모(62) 씨는 '멋지게 차렸네. 손자 멋져요. 미역국, 잡채가 아들 솜씨냐'고 물었고 종후 씨는 "잡채만요. 미역국은 며느리가"라고 답했다. 김 씨는 "우리 아들이 잡채와 미역국을 참 잘해 이렇게 물어봤던 것"이라며 "내 생일 때도 항상 차려줬었다. 참 예쁘게 사는 부부였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씨가 27년전 처음 휴대폰을 샀을 때부터 지금까지 종후 씨는 김씨 휴대폰에 '장한 아들'이었다. 학창시절은 물론 연세대 원주캠퍼스를 졸업하고 공군 학사장교로 입대, 대구에서 헬기 조종사로 일하던 지난달까지 부모 말 한번 거역한 적이 없는 착한 아들이었다.

사고가 일어나기 불과 몇주 전에도 원주에 와 "엄마가 끓여주는 꽃게탕이 먹고 싶다"고 했던 아들이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서는 2시간이 넘게 엄마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눴다. 그건 아들의 비보를 들은 김 씨는 "손자의 생일상을 보고 주고받은 카톡이 아들과의 마지막 대화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 1일 새벽 2시에 며느리로부터 전화가 왔고 가슴이 먹먹해 첫 번째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번째 연락을 받았더니 며느리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사고 사실을 전하더라"고 했다.

그의 부친은 "아무래도 답답할 것 같아 막둥이 영정사진을 얼마 전부터 서랍 밖으로 꺼내놓으면서 '종욱아 항상 니가 형을 지켜줘야 해'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생겼는지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뼈 밖에 안남은 아들의 시신을 며느리가 사준 트렁크 팬티를 보고 겨우 알아봤다"며 "며느리도 할머니도 모두 손자 때문에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지금 3일째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질 않는다"고 눈물을 떨궜다.

종후 씨의 유가족들은 지나친 통제 상황에 대해 답답해 했다. 종후 씨의 한 가족(62)은 "3일 밤 10시가 넘어서 종후의 외할머니가 백합원에 들어오는데 팔십노모가 문이 닫겨 한참을 헤매야 했다"며 "'DNA 검사결과도 보여주지 않고 유가족들을 위해 먼저 신원만 알려준다', '언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말라'는 지시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강서소방서에서 만난 외할머니(83) 역시 "기자들을 통해 알려야 다시는 이런일이 안생길건데, 문을 걸어잠그고 기자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것은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는 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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