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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이해와 소통으로 넘어섭시다'..대구시교육청, 연극 통해 갑질 예방 교육

관련 법규, 상황, 인권 존중 원칙, 공동체 의식 등 종합적 고려 필요

대구시교육청이 지난달 말 청내에서 무대에 올린 연극
대구시교육청이 지난달 말 청내에서 무대에 올린 연극 '갑도 을도 아닌 우리' 중 한 장면. 갑질 예방 교육의 하나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교장 등 학교 관리자가 여교사더러 옷차림 등 외모에 대해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짧은 치마를 입지 말라 ▷너무 꾸미지 말라 ▷민소매 옷을 입지 말라 ▷화장이 진하다 ▷생기 없어 보이니 화장을 잘 해라 등 현장 교사들이 밝힌 사례는 다양했다.

#학교 행사에 억지로 참석하게 만드는 일도 있다. 의사는 묻지 않고 강제로 연수나 워크숍에 참여하게 만드는 경우, 갑작스런 회식에 참석하라고 강요하는 행위,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못하게 하는 등이 불만 사항이었다.

#연가, 조퇴, 외출 등을 신청할 때 부당하게 간섭한다고 느낀 사례도 있다. 특별휴가 중 자녀 돌봄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저녁에도 가능하니 자녀 상담에 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 등이 불편했다고 느낀 교사들이 있었다.

'갑질'은 계약 권리상 쌍방을 뜻하는 갑을(甲乙)에서 비롯된 말. 이 중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에 특정 행동을 폄하해 부르는 '질'을 붙여 만든 신조어가 그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연극을 통해 갑질 예방교육을 시행해 눈길을 끌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말 전문 극단과 함께 사례를 묶어 시나리오를 구성한 뒤 연극 '갑도 을도 아닌 우리'를 무대에 올렸다. 시교육청 직원과 유·초·중·고교 교장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다.

이 공연을 기획한 것은 일선 현장에서 갑질로 여겨지는 것 중 상당 부분이 구성원 간 인식 차이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현실을 담았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특히 갑질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관련 법규나 당시 상황, 인권 존중 원칙과 공동체 의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옷차림에 대한 것은 무조건 참견, 간섭이라 할 게 아니라 업무 내용, 장소, 불가피한 행위인지 여부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휴가 승인 과정도 관련 규정에 따라 수업, 교육활동 결손 등이 가급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현장 교사들의 불만이 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 상대방을 비아냥거리는 행위, 회식 참석을 강요하는 사례, 이미 제출했거나 불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는 행동 등은 갑질로 여겨질 소지가 다분한 게 사실이다.

시교육청이 이해와 소통에 방점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은 "갑을 관계가 아니라 소통과 협력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 공동체 모두 감질 근절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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