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수많은 것들을 봅니다.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는가 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엄청난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지각의 과정에서 우리의 뇌에는 어떤 작용이 일어날까요? 우리는 아는 것을 볼까요? 아니면 봄으로써 알게 되는 걸까요? 그리고 '잘 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 비주얼 리터러시(시각적 문해력)가 요구되는 시대

후기 산업사회를 넘어 초연결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엔 시각 이미지들이 넘쳐납니다. LED 텔레비전은 초고화질 영상을 내밀한 개인의 공간에 전송하고, 수많은 광고 이미지들은 시공간을 넘어 폭격에 가까운 투척을 합니다.
천만 관객이 찾는 영화는 우리의 감정을 흔들며 감동을 선사하고, 미술관에서 우연히 만난 시각예술 작품은 강렬한 시각적 충격으로 관객의 감성과 지성을 움직입니다. 이처럼 직관적 힘을 가진 시각 이미지들은 상품을 팔기 위해, 행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우리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우리는 이런 이미지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그림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때, 그리고 ▷클로즈업 ▷카메라 앵글 ▷플래시백과 같은 동영상의 시각적 장치에 반응할 때, 우리의 정신에는 어떤 인지적 프로세스가 진행될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비주얼 리터러시(Visual Literacy)'의 저자 폴 메리시스는 시각 매체 이해를 위해 비주얼 리터러시 개념과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합니다, 또한 비주얼 리터러시가 일반적인, 우리의 인지에 영향을 준다는 것과 시각적 조작에 대한 가능성을 경계하라고 충고합니다. 또 이미지에 대한 미학적 평가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인도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어떻게 시각 이미지가 생산되고 해석되는지, 그 이미지가 미칠 수 있는 잠재적·사회적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 우리의 눈은 카메라와 다르다

본다는 것의 본질을 청소년의 눈높이로 풀어 쓴 김남시 선생님의 책 '본다는 것'을 소개합니다.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철학과 예술에 대한 혜안을 바탕으로 우리가 무엇을 보고 판단할 때는 카메라처럼 물리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개입을 통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무엇인가를 지각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코뿔소를 보지 못한 르네상스 화가 뒤러는 사람들에게 들은 것을 바탕으로 코뿔소의 피부를 중세의 갑옷처럼 그렸습니다. 13세기 후반 영국의 의학백과에 실린 인간의 해부도에는 당시 사람들의 앎이 반영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 경험과 '앎'의 차이 및 공동체의 집합적 지식의 체계는 문화적, 역사적으로 변합니다. 그에 따라 우리는 세상을 '다르게', '다른 것으로' 본다고 말합니다. 또 우리는 아는 것을 보고, 아는 것만 보려는 특성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강조합니다. '앎'이 제대로 보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지요.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백여 년 동안 그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앎'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한, 대표적 예입니다. 망원경이나 사진기, 현미경 등의 도구들의 발달로 이전과 다르게 보게 되고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시선이 더 자유로워졌는지 반문합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많은 사람과 '동시에' '함께' 볼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물의 앞·뒷면을 동시에 볼 수 없으며, 보려면 다른 행동을 멈춰야 하는 게 시선의 숙명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인간은 내가 본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는 그런 욕구를 극대화해 반영하는 도구입니다. 그곳에서 자신들이 본 것이 사실임을 강화하지요. 우리가 시각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본다는 것의 본질을 되새기며 나의 '봄'을 늘 성찰하고 함께 잘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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