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하는 가수 주병선의 노래 '칠갑산'은 딸을 부잣집 민며느리로 보내는 화전민 과부 아낙네의 애절한 사연을 대변하고 있다. 산중 비탈진 콩밭에 홀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딸아이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 콩밭 골마다 이랑마다 그렁그렁 맺혔을 모녀의 눈물이 눈에 선하다. 콩밭과 관련한 우리 속담과 이야기는 다양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일제강점기 '개벽'지에 발표했던 김유정의 소설 '금 따는 콩밭'도 그중의 하나이다. 우직한 농사꾼이 남의 꾐에 빠져 자신의 콩밭에서 금줄을 찾으려다 멀쩡한 밭을 다 헤집어 놓은 채 한 해 농사마저 망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절박한 현실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인간의 허황된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무모한 탐욕이 파멸의 지름길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표현은 '비둘기는 하늘을 날아도 마음은 콩밭을 못 잊는다'는 속담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땅바닥에 떨어진 먹이를 주워 먹거나 키 작은 식물의 열매를 따먹고 사는 비둘기에게 콩밭은 식량 창고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숲속 나뭇가지에 앉아 있든 하늘을 날든 관심은 온통 밭두렁의 콩에만 쏠려 있다는 것이다.
과거 농토를 갖지 못했던 가난한 농민의 애틋한 마음을 대변한다는 속설도 있다. 소작을 하거나 품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하는 사람은 부잣집 논두렁이나 자투리 땅에 콩을 심었는데 추수 때가 되면 마음이 온통 내가 심은 콩밭에 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 속담의 뜻은 좀 더 악의적이다. 지금 하는 일에는 그저 건성이고 정작 이득이 될 만한 다른 것에만 마음이 쏠려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김성주 이사장이 최근 이 속담의 표적이 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기금운용본부에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데도 국회의원 출마 예정지역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그는 재임 기간 중 행보가 늘 선거를 의식한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조국 사태의 와중에서 드러난 당사자를 포함한 주변 정치인들의 행태 또한 다를 게 없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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