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도 헬기 추락] 공포 이기고 이륙하는 원동력은 '국민 지킨다는 사명감'

35년 경력 소방헬기 기장 성영기 씨 인터뷰

달성군 지역의 산불진화 업무를 맡고 있는 성영기(59) 기장이 헬기에 탑승한 모습. 김근우 기자
달성군 지역의 산불진화 업무를 맡고 있는 성영기(59) 기장이 헬기에 탑승한 모습. 김근우 기자

"같은 헬기 조종사로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혹시나' 하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출동 상황이 되면 그런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세상에 보탬이 된다는 자부심을 갖고 날아오릅니다."

헬리콥터 조종 경력만 35년에 달하는 성영기(59) 기장은 4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한 들판에 있는 헬기 계류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독도 헬기 추락사고를 지켜보며 마치 자신이 사고를 당한 듯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한 민간업체 소속 조종사로 달성군 지역 내 헬기를 이용한 산불 진화 업무를 맡고 있다.

성 기장은 "헬기 조종은 일반적인 생각보다 매우 위험하다. 매년 국립묘지에 가면 함께 복무했던 헬기 조종사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며 "남은 가족과 동료들의 입장에서는 살아남았다는 미안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성 기장은 4천300시간에 이르는 비행시간을 기록한 베테랑 조종사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경력과 상관 없이 모든 조종사가 일종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를 앓는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광주에서 일어난 소방헬기 사고 직후에는 전국 소방항공대 조종사들의 보직 변경 신청이 잇따르기도 했다.

달성군 지역의 산불진화 업무를 맡고 있는 성영기(59) 기장이 헬기에 탑승한 모습. 김근우 기자
달성군 지역의 산불진화 업무를 맡고 있는 성영기(59) 기장이 헬기에 탑승한 모습. 김근우 기자

"관련 모임이 있을 때마다 악수를 나누며 '안전비행 하십시오'라는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그만큼 헬기 조종은 위험할 때가 많고, 저고도로 비행하는 탓에 시야가 나쁜 밤 시간대 비행은 특히 위험하죠."

하지만 성 기장은 이런 불안감을 안고서도 출동요청이 들어오면 주저없이 헬기에 시동을 걸겠다고 했다. 군 시절부터 이어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헬기 조종사의 90%는 전역 후에도 소방, 경찰 등의 공적 업무에 종사합니다. 다치거나 위험에 처할 수 있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생각에 모두 목숨을 걸고 비행에 나서고 있어요. 국가 차원에서 조종사들의 안전은 물론, 시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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