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독도 영상' 시치미 뗀 KBS, 이러고도 공영방송 우기나

지난달 31일 독도에서 응급 환자를 이송하던 119구조본부 소방헬기의 사고 직전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놓고 독도에 머물던 KBS 직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사고 직후 탑승자 구조와 수습에 나선 독도경비대는 정확한 사고 지점 파악을 위해 KBS 장비 점검 직원에게 촬영 여부를 확인하고 다급히 영상 공유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촬영 사실을 숨긴 채 9시 뉴스에 '단독 보도'로 영상을 내보내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것이다.

당시는 탑승자 7명의 안위가 걸린 다급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잘못된 판단을 했고 결과적으로 인명 구조를 어렵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 국민 세금과 TV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구성원들이 공익은 내팽개친 채 KBS라는 조직 이익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상업방송사였어도 비난받을 마당에 공영방송이 이런 그릇된 판단과 행위를 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들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는 경북경찰청 독도경비대 관계자가 인터넷에 댓글로 "너무나 가슴 아프고 치가 떨린다"며 폭로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KBS 직원들이 스스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것도 모자라 국민을 배반하고 공익마저 우롱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상황은 단지 몇몇 KBS 직원의 일탈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그 근본 배경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KBS의 그릇된 조직문화가 만들어낸 부조리라는 여론이 더 우세하기 때문이다.

KBS가 3일 입장문을 내고 "보도 과정에서 철저히 확인하지 않은 점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왜 국민이 분노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없어서다. KBS 해명대로라면 헬기 진행 방향이 담긴 화면 일부를 빼고 나머지 영상만 내놓은 것은 애초 협조할 뜻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진정 KBS가 공영방송을 자처한다면 관계자 엄중 문책과 재발 방지책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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