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단국대 천안캠퍼스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가 4일 매일신문 8층에서 열린 '매일 탑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아 지역 오피니언 리더 회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그는 '의학 세계사' 를 쓰면서 의학의 발달 과정을 정리함과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재정리하는 기회를 가졌으며, 누구나 책을 한 번 써 보는 것은 그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는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1991년 알프스산 빙하지대 외치계곡에서 발견된 미라 '외치'를 통해 과거 인류의 의학 세계관과 당시 치료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 갔다.
'아이스맨' 외치는 냉동상태로 5천300년을 지내왔기에 신체 보존이 완벽한 상태였다. 현대 의학은 CT촬영을 통해 어깨에 화살을 맞았으며 둔기에 의한 두개골 골절이 결정적 사인(死因)으로 판단했고, 위 내시경으로 본 말린 야생 염소고기 상태는 식후 30분 뒤에 숨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단한 삶을 살아온 외치는 온 몸에 질병의 흔적이 뚜렷했다. 편충 알이 나오고 치아 상태는 매우 나빴으며 담석, 갈비뼈 골절, 무릎 퇴행성 관절염 등을 앓았다. 이상하게도 외치 몸엔 빗살무늬와 십자 모양의 문신이 곳곳에 있었다. 문신 위치는 아픈 부위와 일치했기에, 5천년 전엔 '문신 치료'가 유일한 처치였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외치 이래 2천년 후 이집트에서도 의료 관련 자료가 있다. 당시엔 미라를 많이 만들었기에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외과수술이 진행됐고, "기생충이 몸안에서 혈뇨를 일으키면 어떤 치료법도 소용없다"는 파피루스 기록도 전한다.
하지만 실제 의학의 발달은 1880년이 되서야 급진전을 이룬다. 그 전까지는 현미경으로 세균을 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의학에 대한 다양한 설(說)은 많았지만, 현대의 관점에서 맞는 말은 없었다.
개인 질병은 체액의 불균형 때문에 온다고 했고, 나쁜 공기가 전염병을 일으킨다고 했다. 당시 의학계 권위자의 말은 곧 법이어서 의심없이 받아들였다. 생각이 다른 의사들은 산욕열이 세균을 통해 전파된다며 '의사들이 손을 씻어야 한다'도 주장하고, 콜레라 대유행 때 오염된 우물을 폐쇄하자고 했지만 설득시키지 못했다.
19세기까지 39.4세였던 평균 수명은 백신과 항생제 개발로 2배 이상 늘었다. 서 교수는 이러한 현대의학의 발전은 알려진 사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 없는 도전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는 "기생충을 직접 몸에서 키운 의사나 치사율 70%의 에볼라 바이러스를 연구하기 위해 직접 아프리카로 달려간 연구자 등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도전함으로써 의학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도전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진정한 도전은 실패를 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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