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4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을 주도하는 등 패권 각축을 벌이는 미국의 체면을 구기게 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을 내세워 아세안 국가들의 호응을 얻으려 했지만,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의 불참으로 푸대접을 자초함으로써 ,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아세안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하고 행정부 각료도 아닌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대타'로 보낸 것에 대해 항의하듯 미국과의 정상회의장에 대거 나오지 않았고, 다급해진 미국이 내년 백악관 초청을 제안하는 진풍경까지 나왔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주도한 RCEP가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의 참여로 타결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RCEP는 미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른 세계 최대 무역협정으로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대항마적 성격이 있다. 중국은 자국을 배제한 TPP를 중국의 세력 확장을 포위하는 '경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간주하고 2012년 RCEP의 정식 협상에 나섰다.
따라서 이번 RCEP 타결은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TPP에서 탈퇴한 틈을 비집고 중국이 자국 주도의 경제질서를 구축하려는 세력전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성장 둔화에 직면하자 RCEP를 가속화하길 원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국가에 중국의 인프라 대출과 5G 기술을 피하라고 촉구하지만 이번 합의는 중국과 아시아 경제권을 좀더 통합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적 외교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주의에 부정적 태도를 취하며 TPP는 물론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도 탈퇴했고, 대신 중국과의 무역전쟁, 한국·일본과의 새 무역협정 등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라는 원칙에 따라 개별 협상을 통해 압박하는 정책을 펴왔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타결과 5일 상하이에서 개막한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를 통해 제2 경제 대국이자 13억 인구의 막강한 구매력을 전 세계에 과시, '스트롱맨'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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