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이 기존 백혈병 치료제가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뇌연구원은 허향숙 박사가 이끄는 퇴행성 뇌질환 연구그룹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관련 뇌 염증을 억제하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뇌연구원에 따르면 뇌 염증이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과 관련 깊다는 보고는 그동안 신경과학계에서 꾸준이 이어졌다. 중추신경계 조직을 지지하는 세포인 '신경아교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신경 손상, 기억력 감퇴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는 것이 퇴행성 뇌질환 치료의 주요 관심사였다.
연구팀은 뇌 염증을 유발한 동물 모델에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를 2주간 투여한 결과 신경아교세포가 비활성화되고, 뇌 염증 유발물질 발현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또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혈액과 뇌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 'STAT3' 단백질의 신호전달이 신경아교세포 내에서 억제돼 뇌 염증 반응도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뇌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시판 중인 약물을 다시 평가해 새로운 약효를 찾는 '신약 재창출' 기법을 통해 백혈병 치료제가 뇌 염증 치료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효능과 그 원리를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기존 약물의 새로운 목적을 설정해 향후 염증성 퇴행성 뇌 질환의 치료제로 활용되면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과 임상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허향숙 박사(뇌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후속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의 여러 병리기전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멀티타겟 약물로서 '다사티닙(Dasatinib)'의 가능성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신경염증 저널 (Journal of Neuroinflammation) 11월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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