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나 영재고 학생이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 등 주요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 학종에서 고교 서열화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다만 교육부는 학종의 불공정성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정작 대학이 이들 고교에 실제로 가점을 부여한 사례나 고의로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다고 단정할 증거는 확인하지 못한 탓이다.
5일 교육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학종 선발 비율이 높거나 특수목적고(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생 선발 비중이 높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실태조사단은 이들 대학의 최근 4년간(2016~2019학년도) 전형 자료 202만여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과학고나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 등에 다니는 학생들이 이들 13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일반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일반고의 경우 매년 45만 명의 학생 중 9천573명(2.1%)만 학종으로 13개 대학에 진학하는 데 비해 자사고의 학종 진학 비율은 8.9%, 외고·국제고는 23.2%였다. 과학고·영재고는 무려 70%였다.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인 합격자 비율은 지원자 내신 등급과 역순으로 나타났다. 13개 대학에서 고교 유형별 평균 내신등급을 살펴보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 순이었다. 일반고는 1~2등급이어야 합격한다면, 과학고 학생은 4등급만 돼도 합격한 셈이다.
류혜숙 교육부 학종 실태조사단 부단장은 "분석을 단순화하려고 평균 내신등급을 분석했다. 하지만 학종에서 학업성적은 전형요소 중 하나이며 선발 시 여러 전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고 밝혔다. 대학이 고의적으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고교별로 대학에 교육과정, 환경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인 '고교 프로파일'에서 편법 사례가 확인됐다. 과거 대학 진학실적을 포함하거나 어학점수 등 학생부 기재금지 항목 정보를 간접 제공하는 등이었다.
일부 대학은 지원자의 고교 출신 졸업생이 해당 대학에 진학했는지 여부와 학점, 심지어 고교 유형과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대학이 자사고나 특목고, 과학고 등에 가점을 부여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특기자전형이 외고나 국제고, 과학고·영재고 등에게 유리한 전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는 어학이나 과학·수학 등을 자격, 평가요소로 설정해 특정 고교 유형 출신이 유리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한 대학의 국제인재전형은 4년간 합격자의 68.1%가 외고·국제고 출신, 과학인재전형은 70.6%가 과학고·영재고 출신으로 채워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자기소개서상 기재금지 사항을 위반한 지원자에 대한 처분이 부적절하거나 교직원과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있는 대학들에 대해 추가조사 또는 특정감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학종 평가요소와 배점 등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평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학종 공통 지침 등 가이드라인도 내실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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