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우울아.'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이렇게 열었다. 서문의 제목이 이렇게 해맑을 수가. 세계보건기구는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중 네 번째가 우울증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안부를 묻듯 가볍게 툭 던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의 독감이라는 우울증. 그것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라고 조언한다(9쪽). 그 끝에는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렇다. 그게 뭐든 동굴이 아니고 터널이라면 끝내는 지나갈 수 있는 거니까.
근래에는 심리상담과 심리치료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권석만, '이상심리학총론', 2016). 이럴 때 전문가가 주는 깊이 있는 통찰은 마치 공부를 하기 전 책상 정리를 하는 듯한 개운함을 준다. 저자 김혜남은 국립정신병원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고, 베스트셀러인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쓰기도 했다. 공저자인 박종석은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센터 전문의를 거쳐 현재 연세봄건강의학과 원장으로 있다.
이 책은 올해 9월에 나왔고, 10월에는 태풍 '미탁'이 우리나라를 지나갔다. 그때 서평의 필자는 안동의 숙소에서 쓸쓸히 이 책을 읽었는데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던 인간의 내면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당시 안동은 국제탈춤페스티벌 중이었다. 나는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컵에 축제의 흥겨움과 요란함을 부어 마시고는 개인의 불안감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던 것이다.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번아웃증후군, 만성피로증후군, 허언증, 강박증, 불안장애 등 거의 대부분의 증상들이 소개된다. 각 증세들마다 '입사 5년 차 직장인 진영 씨' 등의 구체적인 캐릭터를 내세우고 그들이 겪는 에피소드를 들어 설명한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조증, 우울증의 자기 진단을 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체크리스트도 제시해 놓았다. 자기를 점검하는 데 요긴하다.
파트가 끝날 때마다 '일요일 오후 1시'라는 대화 코너를 선보인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저자가 겪었던 마음의 상처 이야기를 이토록 진솔하게 털어놓는 심리학 서적은 본 적이 없다. 저자 박종석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20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중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대구에 사는 친구의 도움으로 함께 기거하며 삶의 의욕을 회복했다고 털어놓는다.
"친구의 가벼운 위로, 지나가는 사람의 작은 친절도 삶의 숨구멍을 틔워주는 소중한 물꼬가 될 수 있고, 그것이 희망이 되어 바닥에서 다시 올라올 수 있구나(47쪽)."
누군가의 작은 관심이 큰 희망이 된다는 것이다. 시나브로 터널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버렸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용기를 내 반대쪽 출구로 걸어가 보자. 필경 거기에 빛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가 맞아 줄 테니까.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옆방에서 근무하던 K 선생님이 벌컥 방문을 열었다. 우리는 웃으며 인사했고 차 한 잔을 나누었다. 그러고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타인의 작은 배려가 큰 힘이 되었다면 가끔은 다른 이에게 돌려주는 것도 좋으리라. 이타심은 남을 돕기도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을 돕는다. 이 가을, 모두들 괜찮은지 물어보는 책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를 읽어 보자. 덧붙여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도 좋겠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파인딩 포레스터'(2000)다.
장창수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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