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민간인 체육회장의 자격

김교성 경북본사장

2020년 1월 16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는 체육회장 자리가 민간인에게 돌아간다.

이를 위해 전국의 지자체 내 체육회가 체육회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경북체육회 등 시·도·구·군 체육회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늦어도 내년 1월 15일까지 민간인 회장을 뽑는다.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오랜 기간 관에 의해 운영된 체육회를 민간체제로 되돌리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지역 체육회는 두 차례 민간체제로 운영됐으나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경상북도체육회(전신 영남체육회 포함)는 발족 당시인 1935년 6월~1945년 10월, 1955년 2월~1961년 5월 두 차례 16년간 민간인 회장 체제를 유지했다. 대구시체육회는 1981년 출범 후 줄곧 대구시의 임의단체로 운영됐다.

이 기간을 제외한 58년간 체육회는 관 주도로 운영되면서 부정적 의미로 '행동대장'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1995년 민선 지방정부 출범 후에는 지자체장의 선거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이런 연유로 체육회장 자리는 국회의원들의 견제를 받았고,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 체육진흥법'의 제정·시행을 가져왔다.

오랜 체육담당 기자 경험을 살려 민선 체육회장에 대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해본다.

민선 체육회장은 무엇보다 선거 도입 취지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 정치 조직으로 활용되는 폐단을 없애려면 잠재적인 정치인은 배제되어야 한다.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의 대항마를 체육회장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

경북체육회 전신인 영남체육회는 발족 후 지역 경제인이 회장을 맡아 살림을 꾸렸다. 민간인 체제였던 1955~1961년에도 당시 재력가 김성곤이 제13~18대 회장을 맡았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체육회 특성을 고려하면 민선 회장은 경제인이 맡아야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의 경제인이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과 봉사 차원에서 체육회를 이끄는 게 바람직하다.

경제인 중심의 회장단이 구성되면 자연스레 체육인이 주도하는 실무 운영진이 짜일 것이고 탈정치화로 선거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지금까지 지역 체육회는 전국체육대회 중심의 성적내기를 위한 국가 체육을 해왔다. 지자체장의 체면을 세우기 위한 성적내기에 골몰, 예산을 집중하면서 시민 건강과 체육 교류를 통한 욕구 충족 등 체육 본연의 역할에는 소홀했다.

민선 체육회장은 또 일정 기간 체육단체에 공헌한 사람이어야 한다. 체육회 생리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과도기의 체육회를 무리 없이 이끌 수 있다. 체육회나 경기단체 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필요하다.

더불어 민선 초대 회장만은 추대할 필요성도 있다. 오랜 기간 양분됐던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통합된 지 2년째인 만큼 양측이 경쟁하면 정치인 선거처럼 혼탁해질 우려가 높다. 선거 후유증 또한 체육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회장인 지자체장이 체육인들의 뜻을 수렴해 지역의 신망 높은 경제인을 추대하는 게 좋을 듯하다. 내부적인 선거 절차는 새로 마련된 규정에 따르면 된다.

지자체장이 내 사람 심기를 배제하고, 지속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하면 민간체제 체육회는 큰 갈등 없이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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