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한나라를 개국한 유방을 깡패나 불한당쯤으로 평가했다. 유방과 사마천은 출생년 기준으로 불과 100년의 시간 차이밖에 없으니 사마천의 이런 평가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후세 역사가들의 평가도 사마천과 별반 다름없다. 유방은 소싯적부터 품행이 바르지 못하고 게으르며 일도 없이 허송세월한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저잣거리에서나 볼 법한 형편 없는 사람이었다는 평가다.
그런 그가 항우를 밀어내고 황제 자리에 오른 것은 아이러니다. 유방은 전략과 전술에 서툴렀으나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재주가 있었다. 또 그의 주위에는 인재가 많았다. 개고기 장수로 미천한 신분이었으나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개국한 번쾌를 위시해 장량과 한신, 소하, 육가 등이 유방의 천하를 열어주었다.
그런데 왜 이들은 '불한당' 유방을 도와 대업을 이루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유방은 초나라 병사들이 추격하자 제 자식들을 수레 밖으로 밀쳐내고 달아난 사람이다. 물론 이 같은 단점도 분명 있지만 유방은 주위 사람의 말에 늘 귀를 기울이고 인재를 관리하는 능력이 있었다. 말하자면 인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 1호'를 둘러싸고 난리통이다. '공관병 갑질'로 물의를 빚은 박찬주 예비역 대장을 영입하려다 민심의 역풍을 맞은 때문이다. 그를 "귀한 인재"라며 치켜세웠던 황교안 대표마저 정치적 안목을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다 박 씨의 '사령관이 감 따랴' '삼청교육대'에 이어 '우리공화당은 마음의 고향'과 같은 발언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갑질'과 '공정'은 지금 한국 사회의 흐름과 여론의 저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풍향계다. '조국 사태'에 이어 '박찬주 역풍'으로 여야가 번갈아가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이런 사회적 화두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엇나간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인재를 얻지 못하면 천하를 얻기도 경영하기도 어렵다. 인재를 알아보고 잘 써야 길이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인적 쇄신 의지가 무색하게 인재 영입에서부터 헛발질을 해대는 자유한국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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