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의용이 선창하고 청와대가 추임새 넣는 北 미사일 능력 오판

북한이 이동식발사대(TEL)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혼선을 청와대가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 수준과 이로 인한 우리 안보 위협의 실상을 감춘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ICBM의 TEL 발사와 관련해 청와대, 국방부, 국정원은 같은 분석을 하고 있고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일부 언론이 해석상의 차이를 이용해 국가안보에 큰 차질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백한 허위 주장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북한 ICBM의 TEL 발사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에서 '북한이 TEL로 ICBM을 발사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게 어떻게 같은 분석이고 같은 입장인가. '해석상의 차이'도 아니다. '팩트'의 차이다. 해석상의 차이라고 우기면 '팩트'가 사라지나.

그 팩트란 지난 2017년 북한이 ICBM인 화성-14, 15형을 TEL로 발사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도 그렇게 발표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니라고 한다. 운반해서 세우고 발사까지 해야 이동식 발사이며 운반만 하고 별도의 발사대에서 발사하는 것은 이동식 발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화성-14, 15형의 발사 방식이 이랬다. 결국 청와대의 주장은 정 실장의 말이 맞다는 것이다.

통탄할 군사 상식의 결여다. 운반해서 세우고 발사하든 운반해서 내려놓고 쏘든 모두 이동식 발사라는 게 민간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서 국정원장도 그렇게 말했다. 이동식 발사대에서 내려놓고 쏴도 결국 이동식 발사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 그것은 운반해서 별도의 발사대로 쏘건 아니건 북한이 미사일을 빠른 속도로 이동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사전 탐지되기 전에 ICBM을 기습 발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정 실장을 감싼다. 용납할 수 없는 안보 자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