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청년예술가에게 배우자!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몇 주 전 대구의 한 거리에서 열린 '거리춤 페스타'에서 젊은 친구들의 춤 경연 방식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청년들이 이미 예전부터 해오던 거리춤 축전이 어른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축제 주최 단체에 인사차 들른 중장년들이 젊은이들의 춤 경연방식에 감동 받아,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즉석 찬조를 하기도 했다.

무엇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앉는 자리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불편한 춤판을 지키게 했을까? 대부분 관객들의 공통된 감정이 공유되었다. 첫째, 청년 심사원들은 공정했다. 예선전에선 빠른 진행을 위해 오픈되지 않았지만, 참가자 중 반을 뽑은 후, 본선 16강 선출부터는 모든 심사결과가 관객 앞에서 바로 3초 만에 결론이 났다. 관객의 반응도 심사에 고려되는 듯이 보였다. 스트릿 댄서들이 뛰어난 즉흥적 춤 솜씨를 보일 때, 관객들은 함께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기본 방식은 1대 1 배틀이었다. 모든 순서와 대결자 선택은 그 자리서 추첨으로 이루어졌고, 1분간씩 자신의 춤 기술을 즉석에서 주어진 음악에 맞춰 선보였다. 어떤 음악에 어떤 대결자들이 붙는가도 관심거리였다. 그리고 의상을 유난하게 갖춰 입은 춤꾼들, 추리닝 입은 이들, 뚱뚱한 친구, 몸매가 좋은 친구 등 그러한 부대적인 조건이 심사에 상관이 없는 듯 보였다. 오로지 춤 실력이었다.

둘째, 춤꾼들은 자유로움 속에 최선을 다한 후 결과에 승복했다. 그들은 춤추는 동안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서로 약간의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세 명 심사원들이 손을 들어 위너를 가려내면, 춤꾼들은 쿨하게 예의를 다해 서로 격려한 뒤 물러났다. 그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심사원들은 경연이 끝난 후 초청공연자로서 바로 무대에 올라, 신화적 존재감으로 참가자와 관객들에게 감동의 피날레를 선사했다.

현실 사회도 이리 공정할 수는 없는 걸까? 뒤에서 어른들이 경연을 좌지우지 하여 젊은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이 상처를 입었던가? 아직도 예술경연장에서 어른들의 입김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공정한 심사는 경연이 끝난 후 그 자리서 오픈되는 방식이 되어야함을 청년예술가들로부터 배운다.

행사 후 감동의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른들이 자신의 노하우로 더 좋은 방안을 가르쳐 보겠다고 젊은 친구들을 붙잡고 열심히 얘기하는 분들이 있었다. 뒤에서 또 다른 어른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한다. "저러면 안 되지, 젊은 세대들에게 배울 생각을 해야지, 저러니 구리다는 소릴 듣지." 기성세대는 아직도 젊은이들을 염려한다. 자, 이제 꼰대들은 입을 닫고 청년 세대를 위하여 주머니를 풀 때다. 채명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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