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종문의 한시산책] 심부름꾼에게 묻다(문래사, 問來使) - 도연명

벼슬살이 도중 아름다운 고향에 대한 상상을 표현한 시, 마음만은 고향으로 달려간 도연명 마음

그대 산속에서 여기 왔으니 / 爾從山中來(이종산중래)
얼마 전 천목산을 출발했겠군 / 早晩發天目(조만발천목)
우리 집은 남쪽 산 아래 있는데 / 我屋南山下(아옥남산하)
지금쯤 몇 떨기의 국화가 폈나 / 今生幾叢菊(금생기총국)
이미 장미 잎은 떨어졌겠고 / 薔薇葉已抽(장미엽이추)
틀림없이 가을 난초 향기롭겠군 / 秋蘭氣當馥(추란기당복)
돌아가 산속으로 찾아가 보면 / 歸去來山中(귀거래산중)
산속에는 술이 응당 익고 있겠지 / 山中酒應熟(산중주응숙)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 시의 작자가 도연명(陶淵明, 365-427?)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술술 넘어가는 시풍을 보면, 아닌 게 아니지 싶기도 하다.

먹고 살기 위해 잠시 체질에도 맞지 않은 벼슬살이를 하기도 했지만, 도연명은 체질적으로 전원에 맞는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벼슬에 몸이 꽁꽁 묶여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고향의 전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위의 작품은 고향에서 온 심부름꾼에게 고향 소식을 묻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은 고향에 대한 아름다운 상상으로 가득 차 있다.

'남산 아래 있는 우리 집에는 지금쯤 국화가 옹기종기 피어 있을 게다. 게다가 가을 난초가 제철을 만나, 향기를 내뿜고 있을 터다. 어디 그 뿐인가. 좋은 술이 한창 익어가고 있을 테니, 가을난초 향기를 맡으면서 막걸리에 국화꽃을 띄워 마시면, 커- 취한다, 이렇게 좋을 수가.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나는 지금 먹고 살기 위해 벼슬에 꽁꽁 묶여 있다, 흑흑!'

"신매동 살고 있는 참 어여쁜 시인님이 / 지하철 2호선을 스무 정거장 타고 와서 / 칼국수 먹고 가라네, 아 그것도 손칼국수! // 야호! 하고 외치며 뜀박질을 했다마는 /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근무이탈 할 수가 없어 / 배달 좀 해 달라 했네, 스무 고개 넘어 와서 // 아 글쎄, 그랬더니, 아 그렇겐 못한다며, / 정말로 먹고 싶으면 사표 쓰고 오라고 하네 / 에라이 사표를 쓰자, 작심했다.... 참는, 봄날!"

변변찮은 나의 시 '봄날'이다. 봄이 오면 나도 퇴직을 하게 되니, 마음 탁 놓고 칼국수를 먹으러 달려가도 될 게다, 야호,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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