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대구 예술인 산책로를 조성해 보자

이상일 시인, 수필가

이상일 시인, 수필가
이상일 시인, 수필가

몇 년 전 공익광고에 "어린 시절에 보았던 공연의 감동은 집으로 오는 길에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리고 지금까지 제 가슴에 살아있습니다. 작은 문화체험들이 더 큰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문구와 같이 대구의 문화정책에 대한 하나의 제언으로 대구 대공원 개발에 가칭 '대구 예술인 산책로'를 조성해 보자고 제안해 본다.

세계는 지금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조업 및 서비스업까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어,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관광이나 문화 콘텐츠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다.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글로벌 한류로 지속 가능한 콘텐츠와 정책 개발에 힘써오고 있다.

인구 240만 명이 넘는 대도시답게 대구도 다양한 공연장과 전시실이 많다. 특히 국내 최초 단독 오페라 전용 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콘서트하우스를 비롯한 음악공연장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미술관 등 전시실은 물론 각 구청마다 복합문화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문화를 총괄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국과 공연문화도시 조성사업과 문화예술인 가치 확산 사업을 주도하는 대구문화재단 등도 대구예술문화계를 이끌어 가고 있어, 문화 예술 인프라 측면에서는 크게 뒤처질 것이 없다.

문화는 다양한 장르로 시민의 삶과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대구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볼 때 통합적인 이미지가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 시민이 먼저 대구지역에서 성장하고 활동했던 미술·음악·문학 등 예술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 고장 사람들부터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작품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 지역 출신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대구가 문화예술의 도시임을 부각시키고 홍보할 콘텐츠 개발 차원에서 가칭 대구 예술인 산책로를 만들어 우리 고장 사람부터 친숙하도록 해보자.

내가 근무하고 있는 창원시(구 마산시)만 해도 지방 소도시이지만, 이미 2008년 시(詩)의 도시로 선포하고 임항선 그린웨이와 산호공원, 돝섬 등 7곳을 '시인의 길'이라 명명하고 이 지역 출신 문학가를 중심으로 시비나 팻말 100여 개를 세워 시민들에게 잔잔한 문화체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구도 전문가의 공연과 전시도 좋지만, 누구나 쉽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작은 문화공간이 많아져야 하는 차원에서 대구 예술인 산책로를 조성해 자연스럽게 건강과 레저와 문화가 함께하는 복합시민문화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일환으로 대구미술관을 중심으로 새로 조성 예정인 대구대공원, 이미 조성되어 있는 대구스타디움과 연계해 명품 산책길을 조성해 대구 출신 미술, 문인, 음악인들을 중심으로 테마길(미술길, 문학길, 음악길 등)을 조성해 작품을 감상토록 하고 음악도 들려준다면 좋은 문화공간이 될 것으로 본다.

산책하면서 대구 문화도 알고 긍지를 갖도록 인프라를 갖춘다면, 도심과 가깝고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부모님과 아이들이 교육 차원에서 많이 찾으리라 본다. 먼 훗날 이런 작은 체험들이 모여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 구축은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더 큰 세계 속의 문화계를 빛낼 사람으로 키우는 공간과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