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바람에 하얀 털꽃이 날린다. 그 털꽃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자꾸만 안으로 걸어가게 만든다. 홀린 듯 걷다 보면 깊숙한 꽃눈의 한가운데까지 와 있는 걸 알게 된다. 바로 물억새가 춤추는 금빛 바다 '달성습지'다.
많은 사람들은 갈대와 억새를 떠올리면 순천만과 화왕산을 생각한다. 그만큼 지명도가 높고 규모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두 곳의 규모와 특징에 버금가는 달성습지는 유명세를 타지 않았을 뿐,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춘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도심의 4차로 외곽도로가 감싸 안고 있어 대구의 특징 분지를 연상케 한다. 움푹한 것 같으면서도 살짝 돋아난 지형에 대구 달성군, 달서구, 경북 고령의 경계까지 포함하고 있는 달성습지는 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지금 계절에 그 절정을 치닫고 있다. 이미 그 청초함과 수줍음을 다한 코스모스 둑길에서 내려다보는 물억새의 장관은 수천 명의 무희가 일사불란하게 군무를 추듯이 바람의 힘에 한쪽으로 휩쓸렸다가 얼른 반대 방향으로 가냘프게 몸을 떤다.
1990년대 초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열 마리 미만으로 월동했을 당시 이곳 달성습지에는 흑두루미의 울음소리로 시끄러워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고 당시 이 주변 사람들은 증언해 준다. 하지만 인간의 풍요를 추구한 가치기준에 세상의 빠른 변화는 평안했던 생태계를 흔들고 그 속에 살고 있던 많은 생물을 밖으로 내몰아 많은 자연 생물의 개체수가 줄고, 변화된 환경에 종을 잇기 어려운 위기상황이 되어 버렸다. 달성습지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을 때, 순천만은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의 개체수는 2018년 기준으로 2천500마리가 넘어 적정한 환경을 고려해 오히려 그 개체수를 줄이는 계획을 세워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자연환경을 인간의 기준에 맞춘 결과 인간의 편리와 반대로 자연은 크나큰 손실을 감당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지금 달성습지는 30년 전의 두루미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습지의 걷기 좋은 숲길은 무관심의 세월과 무관하게 많은 생물자원이 살아 숨 쉬고 있고, 하늘이 보이지 않게 쭉쭉 뻗은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느티나무의 생동감은 '자연은 참 정직하다'는 걸 증명해 주고 있다.
달성습지의 모든 걸 한눈에 볼 수 있는 '생태학습관'이 문을 열었다. 달성습지의 깃대종인 흑두루미가 날개를 펼친 형상인 생태학습관은 머지않아 습지의 옛명성을 찾겠다는 희망의 날갯짓으로 보인다.
생태학습관 3층에서 바라보는 달성습지는 단연코 압권으로 멀리 낙동강의 랜드마크인 디아크가 보이고 초록의 넉넉함과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의 흔들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감싼다. 달성습지에서 낙동강과 금호강의 물결을 따라 이어지는 걷기 좋은 수변데크를 가다 보면 퇴적암이 연출해 놓은 '하식애'란 작품을 볼 수 있다.
깨지지 않을 단단한 바위가 세차고도 가냘픈 물살에 깎이고 깎여 시루떡처럼 층을 이뤄 '하식애'란 자연의 작품을 우리에게 보여주듯 맹꽁이와 수리부엉이의 세찬 울음소리를 우리가 찾아줘야 할 것이다. 달성습지의 금빛 물결 억새밭을 휘돌아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올 날갯짓을 기대하며 습지의 깊은 숨소리를 가슴에 담아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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