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합의 필요한 모병제가 총선 전략으로 전락해서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전략으로 모병제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7일 "모병제 전환은 인구절벽 시대에 정예 강군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대적 과제이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5년부터 군 징집 인원이 부족해져 징병제를 유지하고 싶어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체 연구인지 연구원 여러 견해 중 하나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며 "정리 안 된 얘기이고 공식적으로 얘기한 것은 없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도 "정책위에 보냈지만, 정책위에서 검토된 바는 없다"고 했다.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소리다. 총선을 6개월도 안 남긴 현 시점에서 그런 보고서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총선 공약으로 내걸기 위한 여론 떠보기로 읽을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로 징병제 유지가 어려워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모병제가 그 해결책이 된다는 것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오히려 병역의 평등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를 제도적으로 파괴하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돈 있고 힘 있는 집 자식의 병역 면탈을 합법화해 군대를 사회적 약자의 집합소로 만들 것이라는 소리다. 군인이 존경받는 직업인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심각하다고 한다. 가난하고 교육을 덜 받아 선택의 여지 없이 군에 입대한 '전사 카스트'가 생겨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국 사태로 현 정권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도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여당은 총선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추세를 되돌리는데 모병제는 결정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여당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급해도 할 것이 있고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더욱 그렇다. 모병제 전환은 국가 백년대계의 문제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민주당의 모병제 검토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득표를 위한 재료로 격하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잔꾀가 참을 수 없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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