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골 고택에 청년 감성 입히니 '핫플'…문경 '화수헌' 대박

의성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시골 자연 배경으로 웨딩 앨범 제작하는 '노비스르프'

문경 파견 청년 10명 중 7명이 화수헌 고택 카페 앞에 모였다. 왼쪽부터 양동규(28), 김보민(29), 윤소리(26) , 김이린(30), 배다희(25), 김효은(27), 도원우(28) 씨. 고도현 기자
문경 파견 청년 10명 중 7명이 화수헌 고택 카페 앞에 모였다. 왼쪽부터 양동규(28), 김보민(29), 윤소리(26) , 김이린(30), 배다희(25), 김효은(27), 도원우(28) 씨. 고도현 기자

경북 문경시 산양면 불암리의 유서 깊은 한 고택. 마당이 딸린 2천300여㎡(700평) 규모의 이 고택은 문경으로 파견된 청년 5인방의 감성 인테리어를 통해 카페 '화수헌'으로 다시 태어났다. 화수헌은 '꽃과 나무가 많은 집'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8월 부산 토박이 20대 청년 5명이 의기투합해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 문경의 산골 마을에서 창업을 했다. 대부분 청년이 도시에서 취업하고 창업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역선택은 모험으로 비춰졌다.

이들은 다름 아닌 경상북도가 시행하고 있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대상자로 선정된 1기생 중 한 팀이다.

창업 1년 만에 포털사이트에서 문경의 카페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올 만큼 문경 여행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 찾은 화수헌은 평일인데도 손님으로 북적였다. 조용한 시골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붐볐다. 야외 마당에는 다음 날 예정된 야외 결혼식 사전 준비로 분주했다.

문경 파견 청년 5인방이라 불리는 이들은 일어를 전공한 점장 김보민(29),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배다희(25), 경영과 기획팀장을 맡은 김이린(30), 매장 관리를 담당하는 양동규(28), 대표를 맡은 도원우(28) 씨다.

문경 고택 카페 화수헌 전경. 화수헌 제공
문경 고택 카페 화수헌 전경. 화수헌 제공

지난해 보다 매출이 3배 이상 늘어 일손이 딸리게 되자 최근 김효은(27) 씨와 윤소리(26) 씨 등 5명이 추가 영입돼 모두 10명이 됐다.

배다희 씨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전통을 그리워하는' 감성에 맞춰 인테리어하고 메뉴를 다양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이곳은 숙박시설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경북도로부터 창업비용 3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들은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일제 강점기 금융조합사택을 리모델링한 '볕드는 산' 이란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과 문경지역 예술가들의 그림, 도자기, 손뜨개, 액세서리, 엽서 등을 판매하고 있다.

두 곳 모두 문경시 소유여서 이들은 문경시에 각각 80만원과 5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뒤 국내와 일본 등에서 직장생활을 경험한 공통점이 있다.

김보민 씨는 "도시 생활에 질리고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등 지쳐있던 차에 경북도에서 이런 사업을 시행하다는 걸 알고 지원하게 됐다"며 "오히려 시골에 창업 아이템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시와 차별화되는 시골에는 자연과 접목하는 특별한 것이 널려 있다"고 했다.

'처음 시도하는 시골 창업과 생활'에 대한 낯섬과 두려움에 대해선 자유롭고 재밌다고 했다. 오히려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게 현재 가장 두렵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문경 고택 카페 화수헌 실내에서 바라본 풍경. 화수헌 제공
문경 고택 카페 화수헌 실내에서 바라본 풍경. 화수헌 제공

'동업하면 싸운다'는 속설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한 번도 갈등이나 다툼이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대표와 점장, 팀장 등 직책을 나눠 모두 월급을 타가는 구조다. 겉으로는 수직적인 것처럼 비춰지지만 모두의 의견을 모아 동의를 얻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직책에 따라 책임을 조금 더 나누며 월급도 일정 부분 차이를 두긴 하지만 강요나 명령 관계는 없다는 것.

또 나이를 떠나 서로 존대말을 하며 서로를 예우하는 것도 관계가 좋은 이유 중 하다. 대표라도 팀원의 허락을 얻어야 하며 부탁을 해야 한다.

박준식 노비스르프 대표가 자신이 촬영한 작품 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희대 기자
박준식 노비스르프 대표가 자신이 촬영한 작품 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희대 기자

의성군의 경우 지난해 12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1기가 창업에 나선 가운데 웨딩 앨범을 제작하는 노비스르프가 눈에 띈다.

대구에서 미술을 전공한 웨딩 전문 사진 작가인 박준식(37) 노비스르프 대표는 의성에 연고는 없지만 시골에서 꿈을 펼쳐보겠다는 목표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문을 두드리게 됐다.

서울에서 태어난 박 대표는 부모와 함께 독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뒤 가족과 함께 귀국해 고교은 서울에서, 대학은 대구에서 나와 지금까지 웨딩 사진 관련 일을 해오고 있다.

그는 의성에서 창업한 뒤 10개월 동안 시골의 자연 풍경 등을 모델로 결혼 커플들의 웨딩 앨범을 제작해왔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의성읍의 '성광성냥공장'을 배경으로 웨딩 앨범을 제작해 결혼 커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성광성냥공장'의 담벼락과 공장 내부 등에서 찍은 웨딩 앨범은 결혼 커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색적인 사진"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경북도경제진흥원의 요청으로 도내를 다니며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통해 창업에 성공한 청년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 대표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도시청년들이 시골에 와서 새로운 콘셉트로 창업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성에 정착한 지가 10개월이 넘었지만, 하루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매일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고 했다.

박준식 노비스르프 대표. 이희대 기자
박준식 노비스르프 대표. 이희대 기자

박 대표의 노비스르프 인근에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1기 동기생인 양진영 대표와 김원협(31) 씨가 운영하는 카페(꽃이 숲을 이루다)도 있다. 이곳은 여성 리빙 편집숍으로 꽃과 그림, 문화 강좌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한편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1기와 2기의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 이곳에서 2기 창업팀의 멘토링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은 "지자체가 창업 지원을 1년+1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시골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이 쉽지만은 않다"며 "창업팀이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형성할 수 있으려면 최소 3년은 지자체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경북도가 2017년 전국 최초로 시행한 뒤 시골로 파견된 도시청년은 현재까지 149명(85개팀)에 이른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7월부터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으로 이어받으며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북 의성군의
경북 의성군의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1기생 박준식(왼쪽) 대표와 양진영(오른쪽) 대표. 가운데는 양 대표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김원협 씨. 이희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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