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책을 얹거나 글씨를 쓰는 데 필요한 작은 책상을 경상(經床)이라 한다. 옛 사대부들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데 꼭 있어야 할 세간이었다. 다른 말로 서안․서상․서탁․궤안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경상 곁에는 벼루상이나 연갑 또는 문갑․필통․지통 따위를 곁들이는 것이 문방의 기본 치장이었다.
서안(書案)은 양쪽 끝이 평평하지만, 경상은 양쪽 끝이 약간 올라가 있다. 옛날 불교 경전들은 두루마리로 되어 있었는데, 경전을 펼쳤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양쪽 끝을 반달처럼 약간 올려 만든 것이다. 경상은 불가의 스님들이 많이 사용하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경상이나 서안 모두가 선비들이 책을 보는 책상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만큼 선비들의 전형을 보여주는 용구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조선시대 장인의 빼어난 솜씨와 선비의 소박한 모습을 헤아려 볼 수가 있다.
경상의 모양은 사용자의 신분이며 가세며 가문에 따라 다양하였다. 형태는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던 책상형, 양쪽 끝이 약간 말려 올라간 경상형, 문갑과 겸용으로 쓰이던 책상 문갑형 등이 있다. 책상형 서안은 안판과 서랍이 있는데, 안판과 서랍의 나무 문양이며 질감이며 색감이 중요시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만드는 데 사용하던 목재로는 제주도의 산유자나무, 호남의 먹감나무, 황해도 일대의 해묵은 뽕나무를 으뜸으로 꼽았다. 그밖에 비자나무며 느릅나무며 물푸레나무 등을 선호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서애 유성룡의 유품 가운데 경상이 있다. 가로가 56.5㎝, 세로가 30㎝, 높이는 25.5㎝이다. 자그마한 모양이다. 옛 선비들은 이처럼 소박하고 작은 책상을 사용하였다. 여기저기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 없는 크기다. 이 경상은 위쪽의 판, 즉 천판(天板)이 특이하게 생겼다.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육각형무늬와 톱니무늬를 만들어 붙였다. 그래서 판이 대나무무늬 때문에 우둘투둘한데, 일반적인 경상에서 볼 수 없는 장식이라 하겠다.
나도 경상을 하나 가지고 싶었다. 고물상을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가끔은 골동품상에도 드나들었으나 맞춤한 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헐었거나 크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고 보면 턱없이 비싼 가격을 요구하였다. 주변에서 별난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포기하고 말았다.
어느 날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참한 경상을 들고 왔다. 그는 가구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내 이야기를 들었다며 소목장이 공들여 만든 것이라 하였다. 크기며 모양새며 볼그스름한 색상이 마음에 들었고, 작은 서랍까지 있어서 편리해 보였다. 그 뒤로 마루나 거실에 내다놓고 책을 읽거나 원고를 쓰는 데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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