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능일 날씨 왜이래? "대구 영상·서울 영하·광주 비"

공평한 수능 시험 위해 하늘이 전국에 똑같이 따뜻한 날씨 만들어주면 좋으련만…
추운 11월 말고 날씨 좋은 10월에 수능 친다면?

11월 14일 수능일 날씨 예보. 서울 등 일부 지역은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광주 등 일부 지역에는 비가 내린다. 케이웨더
11월 14일 수능일 날씨 예보. 서울 등 일부 지역은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광주 등 일부 지역에는 비가 내린다. 케이웨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되는 11월 14일 날씨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수능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가 최근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이 수능 한파를 지역별로 따져보면 그 '디테일'이 좀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기준을 다시 잡으면 '어떤 곳은 수능 한파가 닥치지만, 어떤 곳은 수능 한파와 별 상관 없다'는 얘기가 가능해진다.

다음과 같다.

◆수능일 서울 최고기온=대구 최저기온 "실화?"

시험장으로 들어갈 때 수험생들이 상당 시간 체감하게 될 아침 기온이 특히 중요할 전망인데,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최저기온이 어떤 지역은 '그래도 영상'이고, 어떤 지역은 '갑자기 영하'로 떨어져 버린다.

11월 9일 기준 웨더아이 예보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11월 14일 최저기온이 영하 2도, 최고기온은 4도이다.

그런데 같은 날 대구의 경우 서울의 최고기온이 곧 최저기온이다. 대구의 최저기온은 4도, 최고기온은 10도.

즉, 수능일 날씨의 레벨 자체가 서울과 대구가 다른 것이다. 북쪽 서울이 겨울이라면 남쪽 대구는 가을이다. 아무래도 날씨만 따지면 대구 수험생들이 서울 수험생들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가능해진다.

대구를 비롯해 부산(최저 8도, 최고 12도), 제주(최저 11도, 최고 13도) 등 남쪽 지역은 수능 한파 날씨라기보다는 그냥 늦가을 날씨를 겪을 전망이다.

반면, 서울과 춘천(최저 영하 3도, 최고 5도) 등 수도권·강원 영서 지역 수험생들은 꽤 쌀쌀한 날씨에 대비해야 한다.(같은 강원도인데도 춘천과 달리 영동 지역인 강릉은 수능일 최저기온 3도, 최고기온 7도로 종일 영상의 기온을 보일 전망이다.)

엄마가 딸 목에 둘러주는 머플러, 손에 쥐어주는 핫팩. 이게 다 수능이 11월에 치러지기 때문에 겪는 수능 한파 때문이다.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엄마가 딸 목에 둘러주는 머플러, 손에 쥐어주는 핫팩. 이게 다 수능이 11월에 치러지기 때문에 겪는 수능 한파 때문이다. 자료사진. 매일신문DB

◆기온 급강하 '환절기' 지역 수험생 "건강 관리 더 신경써야"

특히 서울 등의 지역은 날씨가 불과 며칠 사이 급격히 추워지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늘 춥다가 수능일도 추우면 적응이 쉽지만, 하필 수능일에 즈음해 온도계가 '확' 내려가기 때문이다.

가령 서울의 경우 어제(11월 9일) 최저기온이 5도, 최고기온이 16도였는데, 불과 나흘 뒤 수능일엔 최저기온이 영하 2도, 최고기온은 4도가 돼 버린다. 특히 수능 바로 전날 서울은 최저기온 6도, 최고기온 14도를 보이는데, 밤 사이 최저기온은 8도가 내려가고 최고기온은 10도나 하강하는 것이다. 하룻밤 사이 '짧지만 강한' 환절기를 겪는다고 봐야 하는 셈이다. 수험생들이 이에 대한 적응이 어려울 경우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이 나타나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날 예비소집일엔 따뜻했다고 다음 날 수능 당일도 따뜻할 것이라고 오판하면 안 된다.

반면 대구는 어제(11월 9일) 최저기온이 4도, 최고기온이 18도로, 수능일(최저 4도, 최고 10도)에 같은 수준의 최저기온을 보이고 낮 기온 역시 비슷한 10도대를 나타내게 된다. 물론 수능 바로 전날 대구도 최저기온 6도, 최고기온 17도로 밤 사이 '소폭' 기온이 내려가긴 하는데, 최저기온은 불과 2도 내려갈 뿐이다. 즉, 서울과 비교해 같은 기간 기온 변화가 크지 않고, 이에 따라 수험생들의 건강 관리에 대한 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

즉, 지금부터 수능일까지, 기온이 크게 내려가는 환절기를 겪는 지역과 그 영향이 미미한 지역이 나뉠 전망인데, 이를 감안한 대비도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언론 보도에서 단순히 수능일 당일 날씨만 한파니 어쩌니 따질 게 아니라는 얘기.

수능일 시험장으로 가는 수험생 및 응원하는 후배들의 모습. 자료사진. 연합뉴스
수능일 시험장으로 가는 수험생 및 응원하는 후배들의 모습. 자료사진. 연합뉴스

◆"하늘이시여, 왜 하필 수능 치는 날 비를"

그런데 단순히 기온만 갖고 수능 날씨에 대해 얘기할 순 없다. 날씨의 여러 요소가 중요하다. 특히 습도를 움직이는 것은 물론 이동 등에 적잖이 불편을 주는 비나 눈이 내릴 지가 관건이다.

수능일에는 전라·광주·대전·충남 일부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다. 대표적으로 이날 광주(최저 4도, 최고 10도)와 전주(최저 5도, 최고 8도) 둘 다 기온 자체는 대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비가 내리기 때문에 체감 온도는 더 낮을 전망이다.

더구나 강우 때문에 시험장으로 가는 길 자체가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험난'할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교통 혼잡도 및 교통사고 발생율이 다소 높아지는 점을 감안해 미리 시험장으로 출발하는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습도 자체가 높아져버리니 이 역시 수험생들의 건강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비 내리는 소리는 자칫 듣기 평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강수량이 적더라도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예민한 수험생들에겐 분명 시험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정시 확대 계획, 다시 말해 수능 확대 계획을 밝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자료사진. 연합뉴스
최근 정시 확대 계획, 다시 말해 수능 확대 계획을 밝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자료사진. 연합뉴스

◆교육부에게 "수능을 없앨 수 없다면, 10월에 좀 치면 안 되겠니?"

지난해의 경우 수능일에 수능 한파가 나타나지 않았고, 그에 앞서서도 '수능일=한파' 공식이 성립하지 않은 경우가 적잖았다. 그래서 수능 한파에 대한 염려가 사라지나 했지만, 결국 올해는 수능일에 기온이 크게 내려갈 것으로 예보되는 등 수험생 및 학부모들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수능 한파의 가능성을 애시당초 만들지 않으려면, 기온이 '뚝' 떨어지는 환절기 날씨가 어김없이 찾아오는 11월을 피해 10월에 수능을 치르도록 교육부가 결단을 내리는 것은 어떨까?

보통 한반도로 올라오는 가을 태풍 릴레이가 멈춘 직후이고, 한파는 시작되기 전이며, 강수량도 많지 않아 쾌청한 날씨가 지속되는 10월 중순~하순에 말이다.

과거 11월 초에도 곧잘 수능을 치른 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며칠 앞당기는 것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들의 학사일정이나 대입일정 등에 큰 무리를 주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그만큼 수능 시험 범위는 줄이면 되는 것이고, 이는 수험생들의 공부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어른들 놀러다니기 좋은 10월 중하순 단풍놀이 시즌 중 아이들 시험 보기 좋은 수능일을 정해 치르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날씨가 좋으면 놀기도 좋고 시험 보기도 좋고 뭐든 하기 좋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어른들은 매년 단풍놀이 날씨에는 크게 신경 쓰면서, 아이들 수능일 날씨에는 수십년 동안 무심했던 게 아닐까.

더구나 앞으로 정시가 확대되는 마당에 수능의 중요도는 다시 높아질 전망이고, 이에 따라 수험생들이 시험에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수능 한파만큼은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한다는 얘기다. 즉, 수능 한파를 다루는 신문 기사 자체가 아예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