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미래차 시대를 앞두고 심각한 위기에 빠진 대구 자동차부품업계가 활로를 찾으려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지역 업계는 업종 전환, 기술개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유관기관·대학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대구지역 중소기업 R&D 현황 및 인력수요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구지역 연구개발비는 모두 1조2천380억원으로 전국(78조7천891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구에서 근무하는 연구개발 인력은 1만1천781명으로 전국(48만2천796명)의 2.4% 수준에 불과했다. 대구의 경제 규모와 인구 비중이 전국 5%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R&D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셈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R&D 인력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16년 기준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 연구소는 4만7천859곳, 인천·경기는 6만5천924곳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 중소기업 연구소 16만5천665개 가운데 수도권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김용현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을 비롯해 연구소들의 수도권 집중도가 높다. 특히 대기업은 더한 상황"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R&D 인력 확보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비수도권 연구소 비중은 오히려 감소 추세"라고 지적했다.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는 대구 기업 상당수 역시 영세한 실정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이 대구 22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연구인력 52.2%가 20명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근무기업의 매출액도 30억원 미만이 41.5%로 가장 많았다. 종사자 수 100명 이상이거나 매출액 500억원 이상인 곳에 다니는 연구인력은 각각 8.0%, 4.9%에 그쳤다.
이들 연구인력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대구의 '공학전문가 및 기술직'으로 분류된 인력의 평균 월임금은 361만9천원으로 전국 평균(410만5천원)의 88.2% 수준이다. 하지만 근로시간은 주 45.1시간으로 전국 평균(43.4시간)보다 많다.
대구 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박사, 석사급 인력은 애초에 지방에 오지 않으려는 생각이 강하다. 같은 월급이면 수도권에 남는 이들을 웃돈 주고 데려오기에는 대구 중소기업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인력이 없다고 연구개발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사무직 일부를 연구인력으로 전환해 쓰고 있다. 대구 R&D 인력 임금이 낮게 나타난 것도 이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면 중소기업 R&D 인력 확보를 위해 지자체·유관기관·대학이 힘을 모아야 한다. 기존 인력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한편 신규 채용 인력에 대해 과감히 인건비, 세제 지원을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박사는 "대학은 중소기업과 산학협력,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지자체·유관기관은 공동으로 기술애로 해소 지원체제를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며 "기존 인력들에 대해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인건비 보조 및 인센티브 확대, 해외연수· 및 유학 지원 등 처우를 개선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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