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오징어잡이 배 선원 추방, 뭔가 이상하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연합뉴스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연합뉴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왜 그렇게 서둘러야 했을까. 좀 더 시간을 갖고 그들의 범죄 혐의와 귀순의사 등을 철저히 확인하는 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지난 2일 해군이 나포한 북한 선원들을 7일 돌려보낸 우리 정부의 처사에 대한 이야기다. 사후에도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정부의 대응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3명의 선원이 16명을 선상에서 살해한 게 사실일까. 공개된 사진의 낡고 좁은 오징어잡이 배 위에서 한 사람씩 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사실이라 해도 범죄 정보는 어떤 경로로 얻은 것인가. 선원들이 자발적으로 범죄행위를 진술했을까. 북한 측이 먼저 정보를 제공하고 송환을 요구한 것인가. 배는 또 왜 그토록 신속히 반환했나. 청와대 관계자의 휴대전화 문자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면 공개하지 않으려 했던 건가. 의문점은 많지만 일단 정부의 발표를 믿기로 하자.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이번 사안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에는 의구심에 앞선 본질적 문제점들이 허다하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헌법 제3조의 이른바 '영토조항'이다. "북한 지역은 우리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므로 북한 국적의 주민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유지함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는 따라서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한마디로 북한 주민도 헌법상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지금까지 모든 판례와 정부 정책이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통일부 대변인은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 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정부 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치 중국 정부가 탈북민 추방을 결정할 때의 발표문을 보는 듯하다. 특히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해야 하는 북한 주민을 '국제법상 난민' 운운하는 부분이 그렇다.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는 해석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살인 등 범죄자의 경우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 동 법은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북한 주민이 "신속히 적응·정착하는 데 필요한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흉악범의 경우 우리 정부가 필요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규정일 뿐이다.

일단 우리 관할구역에 들어 온 북한 주민을 추방(혹은 송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아니다. '추방' 역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어이다. 북한 주민을 그의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강제 추방할 수는 없다. 추방이 아닌 송환이라 표현해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하지만 헌법상 우리 국민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선원들의 "귀순 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는 말이다. 공개된 문자에 따르면 선원 송환 시 '자해 우려' 때문에 적십자사 요원이 아닌 경찰관이 동행했다고 한다. 그들이 북송에 극렬히 저항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범죄자, 더구나 귀순 시도자에 대한 북한의 처우가 어떤지는 다 아는 바이다. 우리 정부가 '고문당할 위험이 있는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 인도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했다는 국제적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을 강제 송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이다. 기밀 운운하며 유야무야 넘길 사안이 아니다. 북한 주장에 따라 살인자라는 선입견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중요 탈북자들에 대해 항상 '범죄자'로 규정하곤 한다. 북한 측이 중대 범죄자로 지목하면 송환하는 선례가 될 위험도 있다. 우리의 주권과 법치주의에 입각하여 국민적 동의를 얻어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통일, 민족 등도 예외가 아니다. 자유와 인권의 보장, 법치주의라는 대한민국의 가치를 버리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