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떨림과 울림이 있는 따뜻한 경북교육

경북 544개교, 시울림 학교로 운영
시(詩)를 통한 인성교육 실현하는 경북교육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흩어진 낙엽 위로 각자의 그림자를 드리운 나무들이 또 한 해의 나이테를 키워가며 기해년이 저물어간다.

벌거벗은 나무들이 빈 까치집 하나만 품고도 바람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혹독한 추위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든든한 뿌리는 '희망'이다.

아버지로부터 나로 이어진 생명, 나로부터 아이들에게 이어진 희망, 희망이 있는 한 움직일 힘이 있고, 나아갈 지도가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우리 교육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을 꿈꾸었다.

교육의 희망을 찾아 발로 뛰었던 취임 2년 차! 지난 2년은 경북교육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더 나은 희망을 찾기 위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경북교육 가족과 함께 호흡했기에 가능한 시간이었다.

'삶의 힘을 키우는 따뜻한 경북교육'을 위해 '신나는 교실, 소통하는 학교, 함께 여는 미래'로 지표를 설정해 4대 정책 방향과 20개 정책 과제도 정했다. 아이들의 지성과 인성,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가 망라된 경북교육의 이정표를 세웠다. 모든 것을 바꿀 시간으로는 부족했지만, 희망을 향해 경북교육 가족 모두가 두 손을 맞잡을 준비를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교실 수업만 제대로 할 수 있어도 썩 괜찮은 학교라는 말을 듣는 요즘, 경북교육의 수장으로서 가슴 아픈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들의 사랑을 아이들의 허전하고 삭막한 마음에 어떻게 채워 넣을까를 고민했다. 콩나물은 물만 주어도 쑥쑥 잘 자란다. 그 물에 사랑과 격려와 염려를 함께 담아서 흠씬흠씬 주고 싶었다. 바로 경북의 떨림과 울림의 '시울림이 있는 학교'도 그중 하나다.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는 "시는 매력을 지녀야 하고, 듣는 이들의 영혼을 인도해야 한다"고 했다.

시(詩)만큼 자기 단련과 자기 승화에 더 좋은 것이 없기에, 경북교육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를 통한 인성교육을 시도했다. 한 학년에 1인 1편의 시 암송으로 교정에 시울림이 울려 퍼져서 사람 향기 그윽한 교육의 전당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 결과 올해 전체 약 60% 정도인 544개 학교가 교육과정과 연계한 시울림 학교를 운영했다.

아이와 아이, 아이와 부모님, 아이와 선생님이 함께 끌림과 떨림, 그리고 가슴 울림의 감동을 주는 시 낭송을 통해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표현력을 키우고 내 주변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길러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삶의 힘이 되기를 염원했다.

날마다 뉴스로 가득한 세상이다. 변해가는 세상에 슬퍼하는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것은 한 편의 시, 한 줄의 시 구절일 것이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는 수능시험 필적확인란의 시 한 구절에 모든 국민이 감동한 이유이기도 하다. 군고구마의 노란 속살을 발라내 주시던 외할머니의 투박하고 주름진 손등을 기억하는 우리 세대는 어쩌면 아랫목에 묻어 두었던 따뜻한 밥 한 공기의 온기와 같은 시 한 편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경북교육청의 '따뜻한 교육 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

부족한 것도 많지만, 곳곳에서 따뜻함을 느낀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 힘을 낸다. 서서히 달아올라 오래 따뜻함을 유지하는 온돌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서 걸어갈 수 있도록 기다리는 느림의 미학을 지키겠다. 꿈과 희망과 미래가 있는 경북교육이 이 세모에 집집이 밥상머리 메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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