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임기 전반 엇길로 샌 지방분권, 문 대통령 초심으로 돌아가야

문재인 대통령의 본격적인 임기 후반이 11일부터 시작됐지만 지방분권을 바라는 비수도권 국민들은 불안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일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여러 초석을 바탕으로 한층 나은 분권 업적을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문 대통령이 임기 전반 약속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은 사실상 뜬구름이 됐다. 되레 수도권 비대 현상의 역주행이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 역시 지방분권의 희망은 접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방분권에 관해서는 문 대통령이 할 말이 별로 없을 듯하다. 앞세운 말의 성찬과 달리 내세울 일이 별로인 탓이다. 지방재정을 튼튼히 하고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조정하여 지방 곳간을 채우겠다는 재정분권 달성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자치경찰 실시 법안도 다르지 않고, 중앙부처 업무의 지방 이전 방침 역시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 지연으로 시간만 보내니 어느 세월에 이뤄질지 오리무중이다.

지방분권 추진이 지지부진한 사이 수도권 비대화는 정책 변화로 더욱 심화되는 꼴이다. 오죽했으면 지난달 지방분권전국회의가 굳이 문 대통령의 정치 고향인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분권을 적폐청산, 격차와 갈등 해소를 위한 국정혁신의 중심 화두로 삼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겠는가. 대통령 스스로 부산에 살면서 국토의 비대칭적 불균형 발전과 격차 심화에 따른 지방소멸 현장을 보고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외쳤지 않았던가.

임기 전반 다 걸기한 적폐청산과 소득주도성장 등 이미 내세운 여러 정책의 혼란스러운 성적표와 부정적인 결실의 영향으로 앞으로 국정 장악력이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 그런 만큼 남은 임기에도 지방분권의 가시적 성과는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라 백년대계를 위해 노무현 정부만큼은 아니더라도 지방분권을 향한 비수도권 국민의 희망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혁신적 지방분권을 말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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