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더 뉴 그랜저' 광고가 화제다. 11월 3일 유튜브에 등록됐고 TV에서도 방영되고 있는 '2020 성공에 관하여' 광고다. 유튜브의 경우 등록 9일째인 11월 11일 오후 7시 기준 46만여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 광고에 부제를 붙이자면 '응답하라 1993'쯤 되겠다.
'1993년'이라는 자막과 함께 철길 위를 걷는 남학생 3명이 화면에 담긴다. 이들은 철길 옆에 쌓인 부목 근처에 자리한다. 이어 우리나라 1세대 힙합 뮤지션인 듀스(김성재, 이현도)의 CD를 CDP(시디플레이어)로 틀더니, 그들의 대표곡 '나를 돌아봐'에 맞춰 춤을 춘다.
이어 한 학생이 캠코더(당시 '비디오카메라'라는 단어가 더 흔히 쓰였다)로 친구에게 "우리 이 다음에 성공하면 뭐할까?"라고 묻는다. 이어 철길 건널목으로 일명 '각그랜저'(그랜저 1세대, 1986~1992년 생산)가 지나가고, 이를 목격한 친구는 "그랜저 사야지"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이어 벤저민 얼 킹(벤 이 킹, Ben E. King)이 1962년에 발표한 명곡 '스탠 바이 미'(Stand By Me)가 흐르며 더 뉴 그랜저의 외관 및 내부가 번갈아 영상에 담기고, 이와 함께 '2020 성공에 관하여'라는 자막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다. 앞서 나온 1993년이라는 자막에 대응하는 자막인 것.
▶듀스 1집 'Deux'
광고의 1993년이라는 테마는 듀스를 통해 도드라진다. 우선 CDP로 재생된 CD가 1993년 4월 발매된 1집 'Deux'이다. 이 앨범의 2번 트랙이 '나를 돌아봐'이다. 이현도가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맡았다. 즉, 이 곡의 저작권자이기도 한 이현도는 광고가 나오고 이틀이 지난 11월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광고를 공유하기도 했다.
아울러 광고에서 친구의 질문에 "그랜저 사야지"라고 대답하는 학생의 헤어스타일이 바로 듀스가 하고 무대에 올라 유행시킨 헤어스타일이다.
▶소니 디스크맨 D-127…프로스펙스 헬리우스 or 리복 샤크어택 or ?
그리고 1993년의 '디테일'은 계속 이어진다.
우선 CDP가 1993년에 나온 일본 소니의 디스크맨 D-127(또는 121) 모델로 추정된다. 영상 속 CDP 제품의 조작 버튼 디자인 등이 똑같다.
아울러 캠코더로 친구를 촬영하던 학생이 신은 농구화의 경우 당시 유행한, 신발을 대부분 덮는 힙합 스타일 교복 바지 탓에, 거의 밑창(아웃솔) 옆면만 짧게 확인되는데, 검은색과 흰색 무늬로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디자인의 농구화가 1993년에 나온 바 있다. 프로스펙스가 내놓은 헬리우스 모델 중 검·흰 배색 디자인이 있었다. 또 그보다 앞선 1992년에 출시되기는 했는데, 국내에서는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리복의 샤크어택 역시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흰색 위주로 구성한 디자인이다.
다만 광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헬리우스나 샤크어택과 닮았긴 한데, 완전히 같다고는 볼 수 없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1993년 중고생들 사이에 유행한 신발이 바로 화려한 무늬 및 꽤 두툼한 모양의 농구화였고, 이에 대한 표현을 한 것 정도로만 해석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듀스 헤어스타일을 한 학생의 파랑·검정 타탄체크 무늬 상의는 1992년 런칭한 힙합 패션 브랜드 '푸부'(Fubu) 등 당시 유행한 힙합 패션 브랜드들이 출시했던, 미국 동부 또는 서부 힙합 스타일 의류 제품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한편, 해당 광고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듀스와 그랜저를 연관짓기도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1995년 고인이 된 듀스 한 멤버의 전 여자친구가 그랜저를 탔다는 당시 풍문을 이 광고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또 광고가 촬영된 철길을 두고 지하화가 이뤄진 서울 내 용산선(경의선 지선)을 떠올리는 네티즌도 있다. 일명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경의선 숲길 공원이 대표적인 지상 용산선의 흔적이다. 다만 촬영지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튼 철길을 걷는 경험 자체가 폐선이 아니라면 이젠 쉽게 누릴 수 없는 낭만이 됐다.
※광고 속 캠코더와 헤드폰, 학생들이 어깨에 짊어진 책가방 등의 브랜드·모델 등은 이 기사에서 취재하지 못했습니다. 고수님들의 조언을 기다립니다.
▶2019년 11월 18일 기사 업데이트
기사가 나간 후 show**** 님께서 촬영지가 서울시 구로구 항동 푸른수목원에 접해 있는 항동철길이라고 제보해주셨습니다. 현장의 정확한 위치를 찾고 있습니다. show**** 님 감사합니다.
이어 sjk3**** 님께서 캠코더를 든 학생이 신은 신발이 아디다스 엑신이라고 제보해주셨습니다. 구불구불한 검·흰 조합이 프로스펙스 헬리우스나 리복 샤크어택보다 광고 속 신발과 더 유사해 보입니다. 더구나 1993년정도에 출시된 사실이 확인됩니다.(다만 국내에는 제우교역이 1994년 초부터 수입해 판매했습니다.) 해당 사진을 첨부합니다. sjk3**** 님 감사합니다. (아래 사진)
그리고 비슷한 '구불구불 검·흰' 농구화 제품으로 나이키의 에어(Air) CB 34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1994년쯤 출시된 제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 사진)
저도 나머지 캠코더 등의 브랜드·모델 등을 다른 일을 하는 도중 계속 찾아보고 있습니다. 계속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기자 1인보다는 독자 여러분의 지식과 경험이 더욱 돋보이는 기사입니다. 고맙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