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주류라면 보통은 비구상 계열의 추상회화나 추상표현주의 회화를 먼저 떠올린다. 그림을 좀 봤다는 사람들도 구상보다는 비구상 작품이 뭔가 그럴 듯한 상징성이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요즘이다. 이런 트렌드에서도 구상계열의 자연풍경을 극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하며 풍경 속 자연의 위대함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가 서양화가 공성훈이다.
대구미술관은 제19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인 공성훈 작가의 개인전 '사건으로서의 풍경'을 2, 3전시실에서 개최하고 있다.
2018년 선정 당시 이인성 미술상 선정위원회는 "공성훈 작가의 회화 작품들은 한국 풍경에 대해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고, 풍경 속에서 인간의 길을 통찰하는 작가 관점이 시대성과 접점을 이룬다"고 평가했다.
공성훈은 대학에서 서양화 전공 후 다시 전자공학을 공부했었다. 이후 슬라이드 프로젝션을 이용한 설치작업을 발표해 주목 받았으며 1998년부터 지금까지 회화를 통해 익숙한 일상을 다룬 풍경화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전시 '사건으로서의 풍경'은 작가가 20여년 지속해온 회화를 총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벽제의 밤풍경 작품부터 서울 근교의 인공적 자연 풍경, 바다와 숲, 바위와 절벽을 소재로 한 제주도 풍경까지 밀도 있는 평면 작품 7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공성훈 풍경화의 특징은 특정한 장소나 어떤 장면의 재현이라기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 불안감을 주는 '사건'으로서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작품 '바닷가의 남자'(2018년)는 파도가 치는 해안가 바위 위에 등지고 선 남성의 모습에서 대자연 속 남성의 고독과 뭔가를 골똘히 사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그 남성은 어떤 사건, 어떤 이유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공성훈의 풍경은 이처럼 단순 풍경이나 재현이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질문 혹은 불안 등을 자아내게 한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주변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이를 토대로 대상들을 하나의 화면에 새롭게 재구성해 실재와 판타지가 공존하는 화면으로 구축해 나간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공성훈 작가가 회화본질을 탐구해 나가는 과정과 내적 성찰이 담긴 작품세계 전반에 대해 확인해 볼 기회가 되며 동시대 예술의 다양한 변주들 속에서 회화가 지닌 힘을 느낄 수 있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1993년 처음 선보인 카메라 옵스큐라 설치 작품도 소개, 관람객이 대형 카메라 내부로 들어가 대구미술관 3전시실 풍경을 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전시는 2010년 1월 12일(일)까지. 문의 053)803-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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