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우리나라에서 의사, 치과의사를 양성하는 의학교육제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즉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대학원 과정인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을 졸업하면 의사나 치과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존 의과대학 학제가 '2+4' 제도(예과 2년 + 본과 4년)로 구성된 반면, 의전원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입학해서 4년 동안 의학 수업을 받는 '4+4' 제도(일반학부 4년 + 의전원 4년)로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의 41개 의과대학 중에 27개 대학이 의전원으로, 그리고 11개 치과대학 중에 8개 대학이 치전원으로 전환됐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의전원제도를 시행하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급 전문인력의 양성 ▷복합학위과정 개설 등 선진화된 교육시스템의 도입을 통한 의과학자 양성 ▷과도한 대학입시경쟁의 완화 ▷기초학문 분야 보호 등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기존의 의대와 치대를 의전원과 치전원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 예산 지원이나 교수 충원과 같은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우수 이공계 학생들이 의전원 쪽으로 이탈됨에 따른 타 학문 분야의 연구력 위축을 가져왔고, 의전원 졸업생의 진로가 당초 목표로 하던 의과학자보다는 임상의사로 편중을 불렀다. 또 대학과 병원의 입장에선 학생의 고령화와 이질성으로 인한 수업의 어려움, 지방 대학병원 전공의 수급 악화, 군의관 수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 의대가 의전원으로 전환되지 않고 일부 대학은 기존의 제도를 유지함에 따라, 의대와 의전원 입학생들 간의 대입 수능 성적 차이를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나라 사회의 전근대적인 서열의식이나 정권이 바뀐 후에 나타난 교육부의 정책의지 저하도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다.
결국 이 제도는 시행 5년 만인 2010년에 폐지가 결정됐고, 과도기를 거친 후에 거의 대부분의 의(치)전원이 2016년도 입시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음으로써, 현재 재학 중인 4학년이 의(치)전원의 마지막 학생들인 셈이다. 향후에는 2개 의전원과 3개 치전원만 존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교육정책을 나라의 백년 대계라고 한다. 그 만큼 교육의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뜻도 될 것이고, 교육정책이 잘 못되면 그 후유증이 오래 갈 것이기 때문에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는 먼 훗날까지 고려하여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100년은 커녕 10년도 되지 않아서 나라의 중요한 교육제도가 조변모개식으로 바뀌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러한 정부정책의 엄청난 시행착오나 실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고 실패 원인을 분석해서 재발을 방지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요즘은 또 대학입시에서 정시모집 비율을 갑자기 늘린다고 해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이래저래 참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교육제도가 이렇게 자주 바뀌어서야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언제 나오려나?
최재갑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내과학교실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