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전쟁이다. 아침에 눈 떠서 저녁에 눈감을 때까지 인간은 쓰기를 반복한다. 소통을 위해 쓰고 업무 보고를 위해 쓴다.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쓰고 SNS를 하기 위해 쓴다. 이토록 글쓰기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당연히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글을 쓰고자 앉으면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얘진다. 이런 스트레스는 돈이 오고 가는 순간 더 심해진다. 광고에 쓰이는 카피, 홈쇼핑에서 쇼핑호스트의 한 마디, 쇼핑몰의 상품 소개 문구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일이다. 광고 카피의 차이가 상품의 매출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한 필자 역시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그 시작은 카피라이팅에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였다. 남들은 쉽게 척척 써내는 것 같은 카피가 필자에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수학, 영어 문제처럼 정답이라도 있으면 공식을 외어서라도 풀겠는데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다. 모래사장에서 동전을 찾는 것처럼 광활한 대지에서 보석을 찾아야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밥벌이를 하고 살아남아야 했다. 재능이 없다고 해서 손가락 빨고 있을 수는 없다. 그때 '재능 없음'을 이길만한 엄청난 해답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조금씩 계속'이라는 법칙이었다. 천부적인 재능이 없으니 남들이 안 쓸 때 더 쓰고 남들이 쓸 때 '나는 더 쓰자'라는 생각이었다. 이 칼럼에서 몇 가지 팁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다.
첫째, 하루에 카피 10개를 무조건 썼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잠들기 전에는 무조건 카피를 열 줄을 써야 잠이 들었다. 카테고리는 카페, 병원, 가구, 가전, 의류 등 다양하게 나누었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써나갔다. 물론 세상에 내놓기에 부끄러운 카피도 많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쓰다 보니 카피의 질도 올라갔고 관련 브랜드에서 의뢰가 올 때 바로 꺼낼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올라갔다.
둘째, 의도적으로 글을 많이 쓰는 상황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이 칼럼 역시 그런 의도적인 환경 중 하나이다. 처음 매일신문에서 칼럼 제안이 왔을 때도 망설이지 않았다. 무조건 쓰겠다고 했다. 사실 광고인이 칼럼을 쓴다는 건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일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는 하나의 글이 너무 빨리 그리고 멀리 퍼지기 때문이다. 무슨 광고인이 저렇게 글을 못 쓰냐는 비아냥거림도 겁났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의무적으로 칼럼을 쓰면 글쓰기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그런 극한의(?) 환경으로 자신을 밀어 넣으니 서점에 갔었을 때 반드시 글쓰기 책 하나는 들고 나왔다.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팁이지만 그 힘듦 속에 분명 성장이 있다.
셋째, 실패작을 많이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에 대한 스트레스는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강박관념에서 시작된다. 반드시 좋은 글, 뛰어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이 글쓰기를 두렵게 만든다. 하지만 글을 못 쓴다고 해서 우리가 우려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경찰이 와서 우리를 잡아가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든지 이성 친구가 이별을 요구한다든지 하는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실패한 글을 많이 써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마음이 너무 편했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봤다. 두려움 없이 여러 시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 실력이 올라갔다.
필자가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 법칙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실 누구나 지금부터 시도할 수 있는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처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니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처음부터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조금씩, 계속'이라는 법칙으로 글을 써왔던 작가들이다. 그렇게 시작하자. 조금씩, 계속 말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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