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文정권이 잘한 일'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맞춰 정부가 '문재인 정부 2년 반, 이렇게 달라졌습니다'라는 정책 홍보 자료를 발표했다. 새로운 남북 관계의 토대 마련, 인구 5천만·국민소득 3만달러를 뜻하는 '3050클럽' 가입, 주변 4국과 당당한 협력 외교 추진, 고용 상황 개선 등을 자랑거리라며 늘어놨다. 성찰·반성은 없이 허무맹랑한 포장·자랑에 낯이 화끈거릴 정도다. 정부는 물론 문 대통령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자화자찬을 보며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란 말이 떠올랐다.

2년 반 전 취임사 약속 중 문 대통령이 확실하게 지킨 것이 하나 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국민에게 안겨준 것이다. 정치, 경제, 외교·안보, 대북 문제, 교육, 국민 통합 등 국정 모든 분야에서 실패와 부작용이 산처럼 쌓였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살게 됐고,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을 향해 "이건 나라냐"고 따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든 일에는 빛과 그늘이 있듯이 찾아봤더니 역설적이게도 2년 반 동안 문 정권이 잘한 것도 없지 않다. 우선 '조국 사태'를 계기로 좌파의 민낯을 국민에게 각인시켜 줬다.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자기편이면 쌍지팡이를 들고 옹호하는 후안무치, 입에 달고 다니던 평등·공정·정의를 시궁창에 던져 버리는 좌파의 실체를 국민이 잘 알게 됐다.

대통령 탄핵으로 지리멸렬해진 우파를 다시 깨어나게 하고 결집하게 한 것도 문 정권의 공적(功績) 중 하나다. 나라를 잘 이끌었다면 누구 말처럼 우파는 궤멸했을 것이다. 그러나 멀쩡한 나라를 망가뜨리고 부순 탓에 우파가 다시 설 기회를 잡았다. 좌파의 전유물이던 '광화문 집회'를 우파가 이뤄내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문 정권 덕분이다.

나라를 맡기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국민 대다수가 뼈저리게 간직하게 된 것도 문 정권이 이바지한 바다. 탈원전이 전기요금 인상 청구서로 돌아오게 된 것처럼 사탕발림 약속에 현혹돼 표를 줬다가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무엇보다 세대와 계층, 지역을 망라해 이 나라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걱정하는 '우국(憂國) 국민'을 기하급수로 늘어나게 한 것을 문 정권의 최대 공적으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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