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문 정권의 거짓말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카를하인츠 쿠라스. 1967년 6월 2일 서베를린의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팔레비 이란 국왕의 서독 방문을 항의하는 대학생 시위대의 일원인 베노 오네조르크(당시 26세)를 권총으로 사살한 서독 경찰관이다. 이 사건으로 학생 시위는 극좌화되면서 서독 전역이 혼란에 빠져들었다. 쿠라스는 동독의 독일사회주의통합당의 비밀 당원이자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의 첩자였다.

'콘크레트'(konkret)는 소프트 포르노와 좌파 정치를 결합해 1960년대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서독의 잡지이다. 발행인인 클라우스 라이너 뢸의 부인이 극좌 폭력단체인 적군파(赤軍派) 단원 울리케 마인호프이다. 콘크레트는 1965년에서 1968년 사이 동독에서 200만 도이치마르크라는 거금을 지원받았다. 편집 방향에 대한 동독의 조종·통제와 함께.

이는 냉전 시대 동독에 침투당한 서독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례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1990년 독일 통일 때까지 서독에서 암약한 동독 스파이는 무려 3만여 명으로 서독 사회의 전 영역에 침투해 있었다. 이런 사실은 통일 후 슈타지의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당시에는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쿠라스가 슈타지의 첩자였다는 것도 2009년에야 드러났다.

그러나 바로 공개된 것도 있었다. 1974년의 '귄터 기욤 사건'이다. 기욤은 1956년 난민으로 위장해 동독에서 서독으로 잠입한 골수 공산주의자로, 빌리 브란트 총리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이용해 브란트의 비서가 된 후 서독의 비밀 정보를 빼내 동독으로 보냈다. 이런 '활약'은 서독 방첩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의 1년에 걸친 수사로 발각됐고, 브란트 총리는 사임해야 했다.

문재인 정권이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남쪽으로 넘어온 후 정부 합동조사에서 귀순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도 통일부 장관은 이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는 만약 문재인 정권 내에서 '귄터 기욤 사건'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 문 정권은 어떻게 했을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북한 선원 북송에서 드러난 문 정권의 비밀주의와 거짓말은 이렇게 추론케 한다. '덮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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