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대구 정화여고의 한 3학년 교실. 전날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표정은 홀가분해보였다. 일부 학생은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 학생은 "친구들과 올 한해 함께 열심히 달려온 데 대해 서로 격려하고, 남은 시간도 서로 밀고 끌어주자는 얘기를 하며 울고 웃었다"고 말했다.
수험생 대부분은 이번 수능 난이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쉬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국어 영역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BIS) 비율에 관한 문항과 탐구 영역 등 일부 과목·문항에서 어려움을 느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화여고 김지언(자연계열) 양은 "지난해 국어가 어렵게 출제된 탓에 올해 재수생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름 굳게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며 "모의평가 때부터 이번 수능까지 '킬러 문항'의 난이도가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어 영역 BIS 문제의 경우 지문의 양이 너무 많아 풀기 까다로웠다"며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지구과학Ⅰ이 어렵게 나왔다고 한다. 모의평가 때 1등급 커트라인이 47점 정도였는데 이번 수능에서 41점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대건고 김승기(인문계열) 군도 "국어 영역은 EBS 교재와 70% 정도 연계된 것 같다. 쉬워서 시간이 남았다"며 "사회탐구에서 한국지리는 평이했으나, 사회문화가 조금 어려웠다"고 했다.
설재상(인문계열) 군은 "영어는 37, 39번 문항인 순서 맞추기 문제와 문장 삽입 문제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준현 군(자연계열)은 "국어와 영어가 6, 9월 모의평가보다 쉬웠고 수학은 6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며 "특히 수학 가형의 경우 이른바 21, 29, 30번 킬러 문항 난이도는 낮아지고 이외 문항의 난이도가 높아졌다. 따라서 킬러 문항이 관건이었던 상위권 학생들은 쉽다고 느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가채점 결과에 시원섭섭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쉴 틈 없이 레이스를 이어나가겠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김승기 군은 "16일 경북대 경영학과 2차 면접을 치러야 한다. 다음주에는 경희대 경영학과 학교장추천전형과 고교연계전형 최종합격 발표, 내달 3일에는 중앙대 탐구형인재, 다빈치형인재 전형 최종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정화여고 하이얀(인문계열) 양도 "2주 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면접이 예정돼 있다"며 "수시 면접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함께 조를 짜서 예상 질문을 내보고 연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들도 향후 일정을 고려해 대입 준비 체제를 갖춰 나가고 있다. 수시 면접,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자체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대구시교육청이 진행하는 상담·모의 면접프로그램을 안내하고 나섰다.
김기동 대건고 진학부장은 "자연계열의 경우 과학탐구 영역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16일 중으로 학생들이 수시 면접과 논술에 응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른바 '수시 납치'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채점 결과를 고려해 개인별로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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