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를 중심으로 오래된 골목길과 옛 시간의 흔적의 가치를 지키는데 힘써왔던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상임이사는 "개발과 보존의 지향점이 상반된 상황에서 두 개의 가치를 공존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낡은 구도심에 사는 주민들은 편의시설 부족과 지저분한 환경 등 생활의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여기에다 개발업자, 지주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에게 '옛것의 보존'을 이유로 무조건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권 이사에 따르면 대구시청이 위치한 동인동에서 대구역까지의 태평로 일대에만 196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 1천여 채가 밀집돼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에 이뤄진 북성로 개발로 60년대 이전 건물 55채가 사라진 것이 그리 큰 피해가 아닌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권 이사는 "문제는 앞으로도 개발은 끊임없이 이뤄진다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개발 vs 반대'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으로는 해결책을 도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개발과 함께 보존의 가치까지 함께 품는 상생이다. 권 이사는 "개발과 동시에 보존에도 성공한 사례는 적지 않다"고 했다. 대구 현대백화점 후문에 조성된 영남대로, 반월당 미소시티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이상화·서상돈 고택 보존이 좋은 예다.
권 이사는 "미소시티 뒤쪽 고택들은 시행사의 기부채납으로 복원돼 현재는 대구 근대골목의 주요한 관광지가 됐다"며 "진입로도 없었던 외진 곳이 개발과 함께 보존되면서 오히려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10년간 북성로 일대의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해 온 그는 철거 직전까지도 개발에 회의적이었다. 건물주를 찾아 숱한 설득도 했다는 그는 "마음은 아프지만 결국 건물주의 권리행사를 막을 수는 없다"면서 "행정기관이 나서서 개발과 보존이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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